출처:농민신문
높은 쌀값·물가상승 이유…공공비축미 5만t 연내 풀기로 농민단체, 가격 정상수준으로 ‘회복’·물가영향 미미…농성 “밥 한공기 가격, 껌 한통 가격도 안돼…지나친 물가정책”
정부가 2017년산 정부양곡(공공비축미)을 시장에 추가 방출(공매)키로 함에 따라 농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2일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 및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에서 공공비축미 5만t을 시장에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수확기(10~12월)에 정부양곡을 방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방출시점(공고)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고 차관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그간의 쌀값 상승은 지난해 쌀값 회복을 위해 선제적으로 시장격리 물량을 확대한 데 기인했다”면서 “올해는 초과 생산이 예상됨에도 쌀값이 계속 오르는 추세여서 쌀에 대한 가격 안정화 조치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내에 공공비축미를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수확기 구곡 방출’이라는 초유의 카드까지 꺼낸 이유는 무엇보다 ‘높은 쌀값’ 때문이다. 특히 10월25일자 쌀값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25일자 산지 쌀값은 80㎏ 한가마당 19만3188원으로 10월15일자(19만3008원)에 비해 0.1% 올랐다.
수확기 쌀값은 10월5일자에 높게 형성된 후 점차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출하물량이 많아서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가 결국 방출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개월 만에 2%대로 올라선 것도 이번 방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따르면 10월 농축수산물 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8.1% 올라 전체 물가를 0.67%포인트 높이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농민단체를 비롯한 농업계는 정부양곡 방출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금의 쌀값은 ‘상승’이 아니라 정상적인 가격으로 ‘회복’된 것이며, 쌀의 소비자물가 가중치는 5.2(일반 가정집에서 1000원을 소비한다면 이중 쌀을 사는 데 5.2원을 쓴다는 의미)에 불과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수확기 구곡 방출’에 대해 ‘○○ 짓’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1일 성명을 통해 “그 어떤 정부도 하지 않았던 ‘수확기 구곡 방출’이라는 ○○짓을 친농업을 표방하는 현 정부가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양곡 방출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청와대 주변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밥 한공기 가격이 껌 한통 가격도 안되는 상황에서 쌀값을 물가정책의 희생양으로 전락시키려는 정부에 통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양곡 방출을 단행한다면 향후 있을 쌀 목표가격 재설정 및 쌀 직불제 개편과 관련해 정부의 어떠한 입장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 농민위원회도 논평을 내고 “역대 어느 정부도 수확기 쌀값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정부미를 방출한 적이 없었다”며 “그런데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문재인정부가 농산물을 물가 중점 관리대상으로 지정, 모처럼 정상 수준으로 회복한 쌀값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