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에서 참가자들이 ‘2019 푸드 트렌드 톱7’의 주요 내용이 담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자두·딸기·체리 ‘뜨는 별’ 장기보관 쉽고 먹방 노출 잦은 차돌박이·대패삼겹살 인기예감
소비자 취향 다양화에 힘입어 토마토 등 식재료 품종 세분화
환경보전·동물복지 인식 확산 윤리적 소비와 채식인구 증가
식품산업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과거엔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던 식품이 최근에는 외면받는가 하면, 가치관의 변화로 규모가 미미했던 시장이 불과 수년 새 급성장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식품업계와 연관산업인 농업·유통업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1월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에서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랩(식품·외식·농산업 등 식문화 관련 산업 연구소)이 밝힌 ‘2019 푸드 트렌드 톱7’ 가운데 농산물 관련 내용을 살펴본다.
◆먹기 쉬운 작은 과일이 뜬다=푸드비즈랩은 농촌진흥청의 소비자패널 구매자료를 기반으로 2019년 ‘뜨는 별’과 ‘지는 별’ 식품을 분석했다.
과일류 중 뜨는 별은 자두·딸기·체리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과일의 공통점은 새콤달콤하고 바로 섭취할 수 있는 ‘작은 과일’이라는 점이다. 반면 지는 별은 껍질을 제거해야 하고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큰 과일로 배·수박·포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는 별 중에서도 예외는 있다. 포도 신품종 <샤인머스캣> <썸머블랙> 등이다. 껍질째 먹을 수 있고 씨가 없으며 당도도 높아 지속적으로 소비가 증가할 전망이다. 크기가 작은 복수박이나 색깔이 특이한 컬러수박도 최근 수요가 늘고 있으며 향후에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축산물분야에서는 이른바 ‘얇게 썬 축산물’이 뜰 것으로 보인다. 대패삼겹살·차돌박이·베이컨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의 인기는 냉동·염장 또는 진공포장 방식으로 장기보관에 유리하고 근래 여러 먹방(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에서 자주 노출된 것과 관련이 깊다.
◆까다로워진 입맛 따라 상품도 세분화=해외여행이 증가하고 쿡방·먹방 등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식재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가격보다도 자신의 취향이나 상품의 용도를 더욱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라면·커피·소스류 등 가공식품뿐 아니라 시중에 유통되는 농축산물도 종류가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다.
특히 최근 눈에 띄게 종류가 다양해진 품목은 토마토다. 과거에는 완숙토마토·찰토마토 같은 일반 토마토 일색이었다면 근래에는 <쿠마토> <캄파리> <송이토마토> <무지개방울토마토> 등이 등장해 매대를 다채롭게 구성하고 있다. 이들 상품명에는 품종뿐 아니라 형태·색상과 관련된 표현이 사용돼 소비자가 상품의 특성을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돼지고기도 <이베리코> <듀록> <버크셔> 등 특정 품종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이 생겨날 정도다. 푸드비즈랩은 이같은 양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문정훈 푸드비즈랩 소장(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은 “소비자의 취향과 상품 선택기준은 날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어 농식품업계는 이를 충족시킬 제품의 개발과 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품종 또는 맛·색상·용도 등의 특성을 강조해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일 경우 수요가 정체됐던 식품군도 다시 성장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샐러드, 한끼 식사가 되다=간편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한그릇 가공식품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샐러드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샐러드로 빠르게 식사를 해결하고 여가를 즐기려는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푸드비즈랩의 조사 결과 샐러드시장은 편의점과 샐러드 전문점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샐러드 전문점은 회사 밀집지역에 위치했으며, 토핑과 소스를 다양화해 균형 잡힌 영양과 풍부한 맛을 선사한다.
푸드비즈랩은 향후에도 샐러드를 구입해 집이나 직장에 가져가 먹는 ‘그랩 앤 고우(Grab and Go)’ 샐러드시장이 성장하는 한편 샐러드 자판기나 헬스장·카페 안에 설치된 샐러드바 등 틈새시장을 노린 샐러드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동물복지 고려한 제품 성장=전세계적으로 윤리적 소비(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윤리적인 가치판단 따라 선택하는 것)가 확산되고, 먹거리 선택 때 환경보전과 동물복지 등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도 채식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는 100만~15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식품업계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 중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까지 이들이 일상적으로 채식을 즐기기엔 불편한 점이 많다. 채식 메뉴가 마련되지 않은 식당이 대부분이고 채식주의자를 특이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 소장은 “이제는 건강과 종교적 이유에서뿐 아니라 환경보전과 동물복지와 관련한 관점에서 채식과 동물복지 인증제품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고, 식품업계는 이를 새로운 소득창출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