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농민신문
국회, 1984년 중단 이후 처음 ‘예산 100억’ 신규 편성 농식품부, 내년 3월 이전 2017년산 1만t 수매비축 계획 “일회성 아닌 지속적 수매”…심각한 과잉재고 숨통 트일 듯
정부가 국산 밀을 수매비축한다. 1984년 밀 수매가 중단된 지 35년 만이다.
8일 국회에서 확정된 ‘2019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 및 기금’에 따르면 국산 밀 수매비축을 위한 예산 100억원이 신규로 편성됐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내년초에 2017년산 국산 밀 1만t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가 밀 수매비축에 나서기로 한 것은 국산 밀 재고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2017년산 밀 생산량 3만7000여t 가운데 9월말 현재 1만5000t이 재고로 쌓여 있다. 연간 국산 밀 수요가 2만t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재고량이 1년 수요량의 75%에 달하는 셈이다. 여기에 2018년산 밀(2만1000여t으로 추정)까지 더해지면서 과잉재고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6년산 밀 재고는 현재 주정용으로 처리 중이다.
밀 수매는 내년 3월 이전에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 1월초에 구체적인 수매지침을 마련한다. 수매가격은 품위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2017년산 재고 밀에 대해 품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40㎏당 1등급은 3만9000원, 2등급은 3만5100원, 3등급은 3만1200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산 밀 수매주체들이 농가에 지급한 가격이다.
농식품부는 밀 수매비축과 함께 국산 밀 육성에도 나선다. 우선 농촌진흥청을 통해 밀 품종개발 등과 관련된 연구개발(R&D)을 강화한다. 2022년까지 18억원을 투입해 민간의 밀 관련 R&D도 지원한다. 또한 품종별로 지역에 맞는 재배 매뉴얼도 제작해 보급할 예정이다.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농진청은 9월 밀연구팀을 신설했다.
한국우리밀농업협동조합·밀다원·아이쿱생협 등 밀 수매주체들을 대상으로 저온저장고·선별기·정선기·단백질분석기 등과 같은 시설·장비도 지원한다. 이러한 지원은 10여년 전까지 있었으나 이후 폐지됐다.
김인중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밀 수매비축을 통해 농가에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면서 밀 품질의 고급화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산 밀 소비가 늘어나면 밀 자급률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밀 수매에 대해 생산자단체는 환영하고 있다. 천익출 한국우리밀농업협동조합 조합장은 “거의 매년 국산 밀이 과잉생산돼 재고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며 “이제 국산 밀 생산농가들이 숨을 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규 국산밀산업협회 상임이사는 “농식품부가 이번에 관련 예산을 반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밀 수매는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김정주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향후 국산 밀 수매량은 생산량에 따라 1만t 이상이 될 수도 있고 그 이하가 될 수도 있다”며 “확실한 것은 매년 수매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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