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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으로 보는 세상] 세한도(歲寒圖) 글의 상세내용
제목 [詩心으로 보는 세상] 세한도(歲寒圖)
부서명 농업기술센터 등록일 2018-12-31 조회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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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농민신문







나는 시골에 산다. 앞에 강이 있다. 마을 남쪽 끝에 양식이가 혼자 산다. 마을 앞 느티나무 아래서 국수장사를 했는데, 불법이라고 누군가에게 고발을 당해 먹고살 길 앞뒤가 막혀 전북 전주로 직장에 나간다. 그 옆집에 이장네 부부가 산다. 그 아래 현수네 집, 어머니와 현수 형이 산다. 그다음 집이 재호네 집이다. 셋이 산다. 빈 집터를 두집 지나면 종우 어머니 혼자 사는 집이다. 한집 건너뛰어 태환이 형수님 혼자 사신다. 빈집 고샅 하나 건너 점순네 집이다. 어머니 혼자 사신다. 한집 건너 만조 형님 내외가 사신다. 그 뒷집이 우리 집이고, 바로 옆집이 동환이 아저씨 집이다. 셋이 사신다. 그 옆집에 재구 부모님이 사신다. 우리 집 아래 병문네 집, 형님 내외가 사신다. 몇집 건너 당숙모네 집이다. 혼자 사신다. 한집 건너 한수 형님네 집, 형수님 혼자 사신다. 그 옆집이 택수네 집이다. 아버지 홀로 사신다. 그 사이사이에 이따금 왔다 갔다 하며 사는 집이 여섯집이다.





동네 사람들은 아침밥 먹고 회관에 모여 놀다가 점심 먹고, 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가 잔다. 마을은 고요하다. 시끄러운 것은 새들이다. 우리 집 뒤꼍 따지 않은 감나무에 동네 물까치가 다 모여 엄청 시끄럽다. 바람소리, 참새, 길고양이 울음소리, 딱새소리, 까치가 운다. 날씨가 조금 푹하면 동환이 아저씨가 마을 앞강 건너 강가 바위에 몇시간이고 앉아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아마 물을 보고, 물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앞강에는 오리들이 논다. 비오리·청둥오리, 어쩌다가 원앙들이 떼로 몰려와 놀다가 날아간다. 총을 가진 사람들이 어디선가 오리를 향해 총을 쏘면 오리들은 앞산 8부 능선 높이로 날아간다. 오리들이 먹이를 찾아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는 산의 3부 능선쯤 낮게 난다.



경찰차가 하루에 두어번씩 강길을 반짝반짝 지나가고, 1t 트럭들이나 봉고차 몇대가 지나간다. 버스가 두번 왔다 두번 간다. 오늘도 운전사 혼자 탔다. 오후 4시 정도면 뒷산 그늘이 앞강을 덮는다. 그리고 밤이 온다. 사람들은 7시쯤 되면 일찍 불을 끈다. 어떤 집은 어두운데 희미한 불빛이 깜박거린다. 텔레비전을 켜두고 잠이 든 집이다.



나라에는 별의별 일들이 많지만 우리 동네의 겨울날은 이렇게 조용하게 갔다가 온다. 한해의 마지막날인 오늘도 그랬고 새해 첫날인 내일도 그럴 것이다. 어쩌다 마당에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이 초롱초롱하다 못해 그렁그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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