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9일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 안성시 금광면의 한 축산농가에서 방역요원이 차량과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번 구제역이 남긴 의문점과 근절 과제 (3)·끝 방역인력 보강과 처우개선, 도대체 언제?
해마다 구제역 발생하지만 방역관은 턱없이 부족 경기 안성은 단 한명뿐
지자체별 ‘수의 7급’ 모집 1호봉 본봉 180만원 불과해 지원자 적거나 없는 경우도
동물병원 취업·개업 선호 선발 때 5·6급으로 채용하고 시·군에 실무자 많이 배치를
구제역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지만, 그리고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너도나도 방역강화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매번 그때만 잠시 냄비 끓듯 할 뿐 방역요원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방역요원들의 처우가 워낙 열악한 데다 정부도 인력충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보니 각 지방자치단체는 현장에서 방역을 책임지는 가축방역관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농협 공동방제단도 인력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예고된 인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대 축산단지 있는 지자체에 방역관은 한명뿐=가축방역관은 일선에서 가축질병 예방과 병 발생 때 전염 차단 역할을 하는 공무원이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전문지식이 있는 수의사 중에서 선발한다.
그런데 질병 발생 빈도와 규모에 비해 이들의 수가 현저히 적은 게 문제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을)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시·도별 가축방역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국 가축방역관은 1335명이다. 이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이 권고하는 적정인원 1824명보다 27%가량(489명) 적다. 이번 구제역 발생지인 경기 안성은 경기도 내 최대 축산농가 밀집지역으로 꼽히지만 가축방역관은 단 한명뿐이다.
전북도는 지난해 10월 29명의 수의직 공무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필기시험 없이 서류·면접 전형으로만 이뤄졌는데 지원자가 적어 최종 선발인원은 애초 계획의 41%(12명)에 불과했다. 같은 해 진행된 일반행정직(7급) 채용에서 ‘419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순창군과 고창군은 각각 3명의 수의직 공무원 채용계획을 밝혔으나 지원자가 전혀 없었다. 순창군 인사 담당자는 “지난해 인력충원이 되지 않아 현재 고육지책으로 군 대체복무 중인 공중방역수의사를 중심으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달 중으로 다시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무에 비해 형편 없는 처우=가축방역관을 확보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에 대해 방역 관계자들은 “업무는 과중한데 처우는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채과정을 통해 ‘수의 7급’으로 뽑는데, 보수나 대우 면에서 수의대를 졸업한 수의사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가축방역관은 “혼자 한 시·군을 전담해야 하기에 업무는 넘쳐나는데, 7급 공무원 1호봉 본봉 180만원에 제수당을 합친 실수령액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며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수의대 졸업생들은 동물병원에 취직하거나 개업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농협 공동방제단 소속의 방역요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연간 방역요원에게 지원되는 예산은 1인당 평균 2260만원에 불과하고, 현재 인원(540명)의 75% 정도는 계약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마찬가지로 처우가 열악하다보니 일선 농·축협에선 인력 구하기도 힘들고 방역작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선’보다 ‘중앙’에 더 많은 방역관=동물병원으로 가는 수의대 졸업생들을 가축방역분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수의직 공무원에 대한 처우 현실화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대한수의사협회 관계자는 “가축방역관을 선발할 때 6급이나 경력에 따라 5급으로 채용해줄 것을 정부에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선에서 일하는 수의직 공무원들은 중앙에 인력이 집중되고 각 시·군으로 갈수록 인력이 줄어드는 역피라미드식 조직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자체의 한 축산정책 담당자는 “중앙보다는 각 시·군에 실무자를 많이 배치해 업무과중으로 인한 인력이탈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