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든 친구 손을 잡든 혹은 혼자라도, 주말을 맞으면 어디론가 훌쩍 떠날 생각을 하기 마련. 그런데 어디로 가지. 그래서 ‘주말엔, 바로 여기’를 시작한다. 여행의 트렌드가 ‘눈’에서 ‘몸’으로 바뀌면서 출렁다리·레일바이크 등 전국 곳곳에 다양한 체험거리들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성별과 나이 불문, 모두를 사로잡는 체험거리를 중심으로 볼거리·먹거리까지 풍부해 주말에 딱인 곳을 모아모아 바로 여기에 담았다. 그 첫번째는 봄바람에 살랑이는 가슴을 철렁하게 해줄 출렁다리가 있는 충남 예산 예당저수지다.
물 위를 가로질러 육지와 육지를 잇는 다리는 너무 흔해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교각 없이 줄에 의존해 물 위에 떠 있는 출렁다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바람 불면 바람에 흔들리고, 사람이 올라서면 사람에 흔들려 다리 위를 걷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 출렁거림 때문에 마치 진짜 물 위를 걷는 듯한,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듯한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그 떨림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출렁다리 중에서도 이달초 개통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는 예당저수지의 출렁다리를 찾아갔다.
예당저수지 출렁다리
다리가 출렁이니 심장도 출렁
예당저수지는 충남 예산군 신양면·응봉면·대흥면·광시면 등 4개 면에 걸쳐 있는 저수지다. 1964년에 완공된, 너비 2㎞에 둘레만도 40㎞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수지인 이곳에 4월6일 새로운 상징물이 들어섰다. 길이 402m,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다.
출렁다리는 응봉면 후사리에 속한 저수지 북쪽에서 예당국민관광지를 연결한다. 길이도 길이지만 한가운데 서 있는 주탑의 높이가 64m에 달할 만큼 규모가 큰 다리인지라 멀리서 보면 출렁다리보다는 교각이 받치고 있는 일반 다리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출렁다리를 건너기 위해 첫발을 내디딜 때도 긴장감은 거의 없었다. ‘출렁다리 맞나?’ 하고 살짝 실망할 정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몇걸음만 걸어 저수지 쪽으로 나아가자 흔들흔들 출렁출렁, 다리가 춤추기 시작한다. 저수지 중앙 쪽으로 갈수록 세지는 바람 때문인 듯하다가, 출렁다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들 무게 때문인 듯하더니 어느 순간 둘 다인지 혹은 둘 다 아닌지 알 수 없도록 흔들린다. 다리가 오른쪽으로 출렁, 왼쪽으로 흔들할 때마다 심장도 같이 출렁이더니 아, 멀미나게 어지럽다. 잠시 바람도 다리도 고요해지는 순간, 주변을 둘러보니 ‘이까짓 거’ 하는 표정으로 성큼성큼 걷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나도, 하는 마음으로 난간에서 손을 떼고 걸음을 옮기는 순간, 심술궂은 바람이 휙, 다리를 건드리고 지나간다. 이 순간 출렁이는 것이 다리인가 내 가슴인가, 알쏭달쏭할 뿐이다.
출렁다리를 건너 예당국민관광지에 다다르면 잘 조성된 조각공원과 저수지를 빙 둘러 조성한 산책로 ‘느린호수길’이 나온다. 조각공원은 크지는 않지만 곳곳에 다양한 조각작품이 설치돼 있고 나무도 많아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의자와 탁자뿐 아니라 캠핑장도 있어 도시락이나 먹을거리를 준비해가면 천천히 쉬었다 오기에 딱이다. 느린호수길은 저수지 위로 세워진 5.4㎞의 나무데크길로 저수지와 주변 지역을 함께 돌아보며 산책하기 좋다. 출렁다리에서 저수지 서쪽 예당호중앙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데,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중간중간 끊겨 있으니 주의하자.
버드나무 군락지
물속에 뿌리내린 자라는 버드나무
출렁다리에서 시작해 저수지 서쪽면을 따라 남쪽으로 가다보면 눈을 의심케 하는 풍경이 나타난다. 저수지 바닥, 즉 물속에 뿌리를 박고 자라고 있는 버드나무 군락이다. 처음엔 잘못 본 것인가 생각하다가 물속에 우뚝 솟아 있는 버드나무가 한그루 두그루,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그것이 현실임을 자각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밑동이 수중에 자리 잡은 버드나무 군락지다. 맑은 날이면 저수지 표면에 비친 그림자 때문에, 안개 낀 아침이면 안개와 물속에 갇힌 모습 때문에, 해질녘 붉게 물든 하늘과 물을 배경으로 뻗어있는 나뭇가지 때문에 이 저수지의 버드나무 군락은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다.
버드나무 군락을 좀더 가까이서 느끼고 싶다면 낚시를 권한다. 예당저수지는 낚시용 좌대가 300여개나 있을 만큼 유명한 낚시터다.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자리를 잡고 앉아 세월도 낚고 붕어도 낚을 수 있다. 하지만 기왕이면 버드나무 군락 사이에 자리 잡은 좌대에 앉아 낚시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꼭 물고기를 낚아 올리지 않더라도 그 안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묻혀온 온갖 잡념을 다 털어내고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예산에서 맛봐야 할 음식 ‘어죽’
민물고기와 밥 등 넣고 끓여 매콤·걸쭉한 국물에 속 ‘뜨끈’
예산을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추천하는 음식이 어죽이다. 어죽은 민물고기 살을 발라내 만든 국물에 국수나 밥을 넣어서 끓인 음식이다.
고춧가루와 파·마늘 등 양념을 듬뿍 넣어 끓이기 때문에 민물고기 잡내는 걱정할 필요 없다. 매콤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인데 걸쭉한 국물 덕분에 한그릇 먹고 나면 온몸이 따뜻해져 기운이 나는 듯하다. 예당저수지 인근을 비롯해 예산 어디에서나 어죽 파는 식당을 흔하게 찾을 수 있지만 현지인들이 찾는 맛집에 가보고 싶다면 덕산면 둔리에 있는 ‘입질네어죽’을 추천한다. 인근 저수지에서 잡은 민물고기로만 국물을 내는데, 민물고기 특유의 흙냄새가 전혀 없고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무를 소금에 절여 먹기 좋게 썬 뒤 찬물을 부어서 내놓는 충청도식 무짠지 반찬이 특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