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향남읍 상신리 마을 한켠에 불법으로 버려진 각종 쓰레기들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화성=유건연 기자 sower@nongmin.com
유해·혐오시설로 병들어가는 농촌 (하)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업체 사무소 소재 지자체가 권한 갖고 있어 논란 확산 관련법 개정으로 농촌 보호를
불법투기 폐기물량도 엄청나 정부·지자체 단속 강화 필요
지역주민과 소통·합의 중요 지원협의체 구성 땐 큰 도움
농촌에 들어선 유해·혐오시설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해·혐오시설의 경우 해당 지역주민들과 충분한 대화와 합의 없이 설치되면서 갈등을 일으키고 지역주민의 건강까지 해치고 있다. 전국 곳곳의 농촌에 불법으로 버려지는 각종 폐기물도 농촌을 병들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해·혐오시설 설치를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하고, 폐기물 불법 투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유해·혐오시설 설치 관련법 개정 시급=전북 임실군의 토양정화처리시설이나 충북 괴산군의 의료폐기물소각장의 사례처럼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지역 대부분은 혐오시설 인허가 때 피해가 예상되는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던 곳들이다.
특히 이들 시설의 경우 인허가권을 처리시설이 들어설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업체 사무소 소재지(도시) 지자체가 갖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괴산군 등 유해·혐오시설 설치로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지자체와 지방의회, 지역 농민단체들은 앞다퉈 성명서를 내고 “도시민에 비해 가뜩이나 삶의 질이 낮아 힘든 농촌 주민들에게 (유해·혐오시설 설치에 따른) 사회적 비용까지 감수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농촌 주민들을 배려할 수 있는 법적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몇몇 의원들은 발 빠른 행동에 나섰다.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은 올 1월 혐오시설 허가 전에 인근 지자체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는 개정 법률안 3건을 대표발의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도 같은 달 토양정화처리시설 설치 때 해당 업체가 ‘시설 소재지’ 관할 지자체에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토양환경보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불법투기되는 폐기물도 문제=농촌에 불법으로 버려지는 폐기물의 양도 엄청나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의 불법 폐기물은 현재 120만t을 웃돌고 있다. 환경부가 전수조사한 결과 전국에 방치폐기물 83만9000t, 불법투기 폐기물 33만t, 불법수출 폐기물 3만4000t 등 모두 120만3000t의 불법폐기물이 쌓여 있다. 경북 의성군 농촌마을의 한 재활용업체는 허용 보관량의 80배에 달하는 폐기물(17만여t)을 방치했다가 적발돼 국내 언론은 물론 미국 언론(CNN)에까지 보도되며 ‘쓰레기 산’ 논란을 일으켰다. 양심이 불량한 이들 업체는 주로 인적이 드문 야간에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농촌 오지마을에 폐기물을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자체의 엄격한 단속과 관리·감독이 필요한 대목이다.
◆협의체 마련도 대안=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시설을 ‘법적인 하자가 없다’며 밀어붙이는 방식은 지자체간, 업체와 지역주민들간의 갈등만 야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화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처장은 “소각장 등 혐오시설을 설치하려는 지자체와 업체는 해당 지역주민과 충분한 합의과정을 거치고, 업체와 주민이 참여하는 지원협의체를 구성하는 등의 방식을 택하면 지금과 같은 갈등의 소지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농촌정책연구본부장도 “협의체 구성을 통해 유해물질을 관리하는 모니터링시스템 운영과 (피해주민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관리에 소요되는 재정부담 부분까지 협의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