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농민신문
지역농협 쌀 재고량 69만여t…지난해보다 43%나 많아 판매부진 등 주원인 ‘수익성 악화’…손해 보고 판매하는 곳도 적자 전환·쌀값 하락 우려도…“정부, 대책 마련 적극 나서야”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이 2018년산 벼 재고 과잉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과도한 재고가 올 수확기까지 이어질 경우 농가들이 생산한 벼를 매입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어렵게 회복된 쌀값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농협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지역농협의 쌀 재고량은 69만2000t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48만5000t) 대비 42.7%(20만7000t)나 많다.
이처럼 재고가 많은 것은 무엇보다 농협이 2018년산 벼를 많이 샀기 때문이다. 농협은 지난해 농가들이 원하는 물량은 모두 사들인다는 방침 아래 168만6000t(쌀 기준)을 매입했다. 2017년산 매입량 159만1000t보다 7.9% 늘어난 양이다. 정부 매입량이 2017년 71만t(공공비축+시장격리)에서 2018년 34만7000t으로 크게 감소한 영향이 크다.
쌀 판매가 시원치 않은 것도 재고 증가의 주된 원인이다. 올 1~4월 농협의 쌀 판매량은 49만6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0만6000t)에 견줘 11만t(18.2%)이나 적다. 지난해 벼를 비싸게 매입한 탓에 쌀 판매가격도 이에 맞춰 다소 높게 유지하다보니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수확기 농협 RPC의 벼 매입가격은 40㎏들이 한포대당 평균 6만3107원으로, 민간 RPC(6만563원)보다 2544원(4.2%) 높았다. 2017년 농협 RPC와 민간 RPC의 벼 매입가격 차이는 996원이었다. 농협 관계자는 “올해는 조합장선거까지 있었기 때문에 농협 RPC들이 벼 매입가격 아래로 쌀값을 낮춰 팔 수 없었고, 결국 판매부진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민간 RPC들은 상대적으로 쌀 판매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원료곡(벼) 부족을 호소하는 RPC도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협 RPC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농협 RPC들은 2014~2017년 연속 적자를 보다 지난해 어렵게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최근의 벼 재고량과 쌀 판매추이 등을 감안하면 올해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농협 RPC들의 쌀 판매가격은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게다가 벼 저장시설이 열악한 비RPC 농협의 경우 이번달부터 매입가격보다 낮게 벼를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수익성은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지역의 한 비RPC 농협은 지난해 수확기 40㎏당 6만6000원에 매입한 <삼광> 벼를 최근 6만3000원에 처분했다. 이 과정에서 1억원 넘게 손실을 봤다.
더 큰 문제는 올해 벼 매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농협 RPC들의 재고 소진 예상시점은 평년보다 1개월가량 늦은 9월말~10월초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조생종 벼 매입은 보통 9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2018년산 재고를 모두 소진하지 못한 상황에서 2019년산을 매입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쌀 소비가 구곡에서 신곡으로 바뀌는 추석(9월13일)이 지난해보다 12일이나 빨라 이러한 우려가 더 큰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협양곡을 통해 벼가 과잉인 농협 RPC와 벼가 모자라는 민간 RPC를 연결해주는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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