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축산농가에서 알칼리계열과 산성계열의 소독제를 혼용해 방역 노력이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올바른 소독방법으로 알칼리·산성 두 계열의 소독제를 함께 쓰지 말 것을 권고해왔다. 둘을 섞으면 중성반응을 일으켜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농가에선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의사는 “알칼리성인 생석회를 농장 입구에 도포한 뒤 그 주변에 구연산 성분의 소독제를 뿌리는 농가가 있었다”면서 “농가는 열심히 소독을 한다고 해도 두 계열을 섞어 쓰면 기대만큼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혼용사례가 생기는 이유는 농가가 자신이 사용 중인 소독제가 어떤 계열인지 제대로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견해다. 대부분 농가는 두 계열의 소독제를 혼용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계열이 포장지에 너무 작은 글씨로 표기됐거나 성분만 쓰인 제품이 많아 확인이 힘들다는 얘기다.
충남 홍성의 한 양돈농가는 “그동안 여러 질병을 겪고 방역교육을 받아온 덕에 올바른 소독방법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눈이 나빠 소독제 포장지의 글씨를 제대로 읽을 수 없어 제품을 구입할 때 일일이 물어보지 않으면 계열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가가 소독제의 계열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ASF가 지난해 중국을 시작으로 몽골·베트남·캄보디아·북한·라오스까지 확산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농가 방역이 중요해진 상황이어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동물약품협회 주최로 열린 ‘2019 상반기 동물약사업무 워크숍’에선 소독제 표시사항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 이기중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장은 “산성계열 소독제에는 빨간색 라벨, 알칼리계열엔 파란색 라벨을 붙이거나, 포장지에 계열 이름을 크게 표기하는 등 농가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하반기 중 현장에서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