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농민신문

‘국민 과일’ 수박, 어디까지 아니?
샛노란 속살 가진 ‘망고수박’ 씨 없는 진한 녹색 ‘흑미수박’ 길쭉하게 생긴 ‘베개수박’ 등 소비자에 각양각색 매력 어필 갈증해결·항암효과에 ‘탁월’ 피로 해소·여름감기에 도움도 수박을 빼놓고 여름을 논할 수는 없다. 여름은 수박과 함께 시작해 수박과 함께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날카로운 칼끝에 반으로 쫙, 쪼개지는 순간 사방으로 퍼지는 수박 향. 달콤하고 아삭한 과육을 입에 넣기도 전에, 그 향이 코끝에 닿는 것만으로 더위의 절반은 물리쳐버리는, 그 수박을 이야기해보자.
노랗고 빨갛고 동그랗고 길쭉하고
수박하면 초록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 동그란 모양, 새빨간 속살만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이다. 세상엔 훨씬 다양한 수박이 있다. 가장 생소한 것은 노란 수박이다. 수박을 반으로 쪼개면 빨간색 대신 병아리처럼 샛노란 과육이 나타난다. 대개 무게가 1~3㎏으로 일반 수박보다는 작고 타원형으로 생겼다. ‘속 노란 수박’ 혹은 겉모양과 속살 색깔 때문에 ‘망고수박’으로 불린다. 진짜 수박맛이 날까, 의심하게 되지만 이내 올라오는 향은 틀림없이 수박이다. 한입 베어 물면 달큰하고 시원한 육즙이 입 안 가득 고이는 것도 빨간 수박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당도는 일반 수박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입가를 타고 흐르는 수박즙이 노란색이라는 점에만 익숙해진다면 노란색 수박, 더이상 이상하지 않다. 반대로 겉이 노란 수박도 있다. 제대로 수박 맛이 날까 싶어서 손이 안 갈 수도 있지만 막상 반으로 쪼개보면 속은 빨간 수박 그대로다. 맛도 더위를 없애주는 바로 그 맛이다.
껍질에 줄무늬가 거의 없고 검은색에 가까운 진한 녹색을 띠는 수박도 있다. ‘흑미수박’ 혹은 ‘흑피수박’이라고 불리는데 일반 수박에 비해 당도가 높아 비싸게 팔린다. 일부 흑미수박은 씨가 없는 경우도 있다.
길쭉한 모양이 베개를 연상시켜서 ‘베개수박’이라고 불리는 수박도 있다. 한 종자회사가 개량한 신품종인데, 무게는 5㎏ 정도 나가며 작은 편이고 껍질도 얇다. 당도가 높은 데다 항산화효과가 있는 라이코펜 성분이 다량 들어 있다고 한다.
사과처럼 깎아 먹는 수박도 있다. ‘애플수박’이다. 무게가 1㎏이 채 안될 만큼 작은 데다 껍질이 얇아 칼로 깎아서 먹을 수 있다. 가족수가 적어 큰 수박 사 먹기가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에게 딱 맞는 수박이다.
갈증 해소부터 항암효과까지
수박이 특히 여름에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여름에 많이 생산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박은 여름철 무더위에 시달리는 사람의 신체를 달래주기에 가장 적합한 과일이다. 우선 수박을 구성하는 성분 중 90% 이상이 물이다. 이 때문에 수박을 먹으면 갈증이 해소되고 탈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 수박의 단맛을 내는 과당과 포도당은 몸에 쉽게 흡수돼 무더위로 인해 쌓인 피로를 빠르게 풀어주고 여름감기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물론 수박이 갈증 해소에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수박의 붉은색 과육에는 라이코펜이라는 색소가 다량 함유돼 있다. 라이코펜은 암예방과 암세포 전이 억제효과가 탁월한 성분이다. 흰색 속껍질에는 시트룰린이 풍부해 동맥기능을 향상시키고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하며, 몸속 과다한 수분을 배출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수박씨에는 우수한 단백질과 지질이 함유돼 있어 동맥경화를 막는 데 좋다.
한방에서는 수박을 심장에 좋은 식품으로 분류한다. 수박의 붉은색 속살이 심장에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심장의 열이 상승해 가슴이 화끈거리고 입이 헐 때, 아니면 입이 마르면서 가슴이 답답할 때 먹으면 좋다. 눈병이 있을 때도 수박이 효과적이다. 눈병은 대부분 열로 인해 생기는데 수박이 화기를 내려주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는 수박의 흰 속껍질을 물과 함께 달여 보리차 대신 마시면 갈증에 시달리는 당뇨병 환자에게 좋다고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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