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군 벌교읍 마동리에서 배농사를 짓는 선종옥씨(오른쪽)가 자신의 배밭에서 벌교읍사무소 산업과 관계자와 함께 태풍 ‘다나스’로 인한 낙과피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태풍 ‘다나스’ 남부 강타
짧은 시간 돌풍에 강한 비까지 복숭아·배 등 과수원 ‘쑥대밭’
감귤 비닐하우스·콩밭도 피해 배수로 역류로 상추에 흙탕물
농가 “수확 앞뒀는데…” 눈물
제5호 태풍 ‘다나스’가 예상보다 일찍 소멸했지만 경남·전남·제주 등 남부지방은 비바람의 영향으로 과수가 떨어지고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봤다.
◆과수 낙과피해 잇따라=강한 바람과 함께 일시에 내린 폭우로 과수원에서 집중적으로 낙과피해가 발생했다.
경남 밀양의 복숭아농가 박건태씨(50·삼랑진읍)는 “수확을 코앞에 둔 복숭아 과수원이 태풍에 완전히 쑥대밭으로 변했다”면서 “정말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올해 농사를 최고로 잘 지었고, 나무가 5~6년생으로 복숭아가 가장 많이 달리는 때라 기대가 컸다”며 “정성 들여 키운 복숭아의 80~90%가 땅에 떨어져 전부 못쓰게 돼 허탈하다 못해 가슴이 미어진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8264㎡(2500평)의 복숭아밭에서 지난해에는 4.5㎏들이 3000상자가량을 땄는데, 올해는 400상자도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전남 보성에서도 배 과수원에 낙과피해가 발생했다. 전남도에 따르면 벌교읍 등 해안과 가까운 배밭 11㏊에서 낙과피해를 봤다. 문영곤 벌교읍사무소 산업과 계장은 “짧은 시간에 비가 130㎜가량 온 데다 강한 바람까지 더해져 해안지대 과수원 낙과피해와 농경지 일부 침수피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2㏊ 규모로 배를 재배하는 선종옥씨(63·벌교읍 마동리)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태풍으로 인한 낙과율이 20% 내외는 되는 것 같다”면서 “특히 바람이 심하게 분 지역에서는 배가 절반 이상 떨어진 농가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경북지역에서도 복숭아가 떨어지거나 나무가 부러지는 피해를 봤다. 9900㎡(3000평)의 복숭아 과수원을 운영하는 박문현씨(72·청도군 금천면)는 “태풍이 올라오면서 갑자기 돌풍과 함께 강한 비가 내려 낙과피해가 발생했다”며 “수확 중이던 <천홍> 품종에서 열매가 떨어지고 나무가 부러지는 피해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농경지 침수피해도 발생=농경지 침수 등도 잇따랐다. 전남·광주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지역의 경우 이번 태풍으로 농경지 920여㏊가 침수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000㎜ 내외의 누적 강우량을 보인 제주 일부 지역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한라산 삼각봉에 누적 강우량 1029㎜를 비롯해 윗세오름 949㎜, 사제비오름 867.5㎜ 등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서귀포시 성산읍 감귤 비닐하우스 923㎡(279평)와 안덕면의 콩밭 5319㎡(1608평)가 침수됐다.
특히 이번 폭우로 김녕지역의 콩, 구좌지역의 당근, 애월지역의 취나물과 노지수박 농가를 중심으로 추후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농가들이 걱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농협지역본부(본부장 변대근)는 정확한 피해현황을 파악한 후 재파·대파용 종자지원, 영양제·살균제 공급, 재해보험금 신속 지급 등의 재해복구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경남지역에서도 벼와 시설채소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역 내 벼·시설채소 침수피해는 20.3㏊로 잠정 집계됐다.
밀양 삼랑진읍 우곡리에서 잎채소류를 키우는 이석기씨(78)는 “20일에 쏟아진 비로 시설하우스 옆 배수로의 물이 역류해 시설하우스가 물에 잠기면서 크고 있던 상추가 흙탕물을 뒤집어썼다”며 “이달말부터 수확하려고 했는데 완전히 헛농사가 돼버렸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