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귀농인 김경태씨(34)에게 귀농을 할 때 왜 블루베리란 작목을 선택했느냐고 묻자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 서울에서만 쭉 살던 청년이 특별한 연고도 없는 충남 서천에서 블루베리농사를 짓겠다고 나선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겠다 싶었는데, 시작은 단순히 ‘좋아해서’였단다.
“할머니댁이 경기 동두천인데 동생이 태어날 즈음 부모님이 할머니댁에 잠깐 저를 맡겨두셨어요. 집으로 돌아 온 뒤에도 거의 매주 놀러갔고요. 할머니댁에 자주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시골생활에 대한 동경이 생겼어요. 막연히 40~50대쯤에는 귀농해야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꿈이 앞당겨졌죠.”
그가 말하는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은 함께 귀농을 한 청년농들이다. 우연히 한 교육을 받으면서 만난 이 청년들은 귀농이라는 꿈으로 의기투합해 적합한 지역을 찾기 위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뿌리를 내린 곳이 서천군 시초면. ‘워낙 깨끗한 지역이라서’ 그리고 ‘좋은 블루베리 멘토가 있어서’, 두가지 이유에서였다.
경태씨를 서천으로 이끈 좋은 멘토가 바로 전병환씨(57)다. 병환씨 역시 경기 부천에서 살다가 8년 전 귀농했다. 연고 없이 서천을 찾았다는 점에서 멘토와 멘티가 똑 닮았다. 주변에 블루베리를 키우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아서 작목을 선택했다는 ‘용감함’ 역시 판박이다. 그래서일까, 병환씨는 멘티인 경태씨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어하는 ‘스승’이 됐다.
“처음에 제가 귀농을 했을 때는 농사를 가르쳐줄 만한 멘토가 없었어요. 이곳저곳 일을 도와주러 가서 어깨너머로 훔쳐보는 게 교육의 전부였죠. 서천군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배운 대로 현장에서 써먹으려니 어렵기만 하더라고요. 물주기(관수)나 가지치기(전정) 등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습니다.”
지금 병환씨가 경태씨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 역시 가지치기다. 물주는 건 어느 정도 매뉴얼화돼 그대로 전수했지만, 가지치기만큼은 같은 과원에 있어도 나무마다 다르고 해마다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하는 요령이 필요해서다.
“블루베리는 한나무에서 많은 열매가 열리는데, 그대로 다 자라게 해서는 다음해 나무를 못 쓰게 돼요. 열매도 너무 작고요. 상품성 있는 커다란 블루베리를 생산하려면 열매가 손대지 않고 뒀을 때의 절반 정도 수준이 되도록 가지를 쳐줘야 하지요.”
그렇다고 무작정 가지수나 꽃눈의 수를 줄이기만 해서도 안된다. 전체적인 모양(수형)을 고려해 가지치기를 하고, 꽃눈을 따줘야 이듬해 농사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 병환씨가 가지치기를 얼마나 강조했는지, 경태씨는 자신이 ‘미용사’가 된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고.
“선생님(병환씨)이 실패를 겪으면서 익힌 것들, 직접 만드신 자재까지 아낌없이 나눠주시니 서천으로 귀농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농사 자체가 너무 재밌기도 하고요. 아직 나무가 어려 수확량이 많진 않지만, 센터에서 배운 것이나 멘토께서 알려주시는 걸 토대로 진짜 ‘농사꾼’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