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익어가고 있네요!” 장영탁씨가 9월초 출하예정인 멜론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지금은 청년농부 시대] 영덕 1호 멜론농가 장영탁씨<경북 영덕>
농민사관학교 통해 전국 농장 견학 작기 짧고 일손부담 적은 멜론 선택
6년 전 주위의 반대 무릅쓰고 도전 첫 시도에 성공…연 5000상자 생산
지난해 4월 농업회사법인도 설립 거래처 60여곳 확보 등 자리매김
“다음 목표는 대규모 체험농장 조성”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발을 내딛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6년 전 장영탁씨(38)가 멜론을 작물로 택했을 때도 그런 용기가 필요했다. 그가 농사터를 잡은 곳은 경북 영덕. 당시 아무도 멜론을 재배하지 않던 곳이다. 하지만 멜론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그는 첫 재배부터 보란 듯이 성공했다. 현재는 성공한 멜론농가로, 농업회사법인 대표이사로 우뚝 섰다.
산과 들에 바닷바람이 스치는 경북 영덕군 영해면. 사과와 벼가 영그는 들판 한가운데 비닐하우스가 눈에 띈다. 장씨의 멜론농장, ‘탁이팜’이다.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서자 바닷바람 대신 훈훈한 공기가 느껴진다. 이 6611㎡(약 2000평) 규모 비닐하우스엔 추석 대목시장에 맞춰 수확을 앞둔 탐스러운 멜론이 주렁주렁 달렸다. 탁이팜에선 연간 멜론 5000상자(1상자당 4개입) 정도 생산한다.
그가 멜론을 택한 건 경제적 이유가 컸다. 귀농 직후 2년간 장모님 밭농사를 도우며 일을 배우느라 수입원이 없었던 그는 최대한 빨리 농사로 수익을 내고 싶었다. 농민사관학교를 통해 전국의 다양한 농장을 견학한 결과, 멜론이 딱 맞았다. 작기가 100일 정도로 비교적 빨리 수확할 수 있고 손이 많이 가지 않아 인건비 부담도 적다는 판단에서였다.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네트계의 <머스크> 품종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안정적으로 멜론을 판매하고 싶었다. 자연조건도 적합했다. 전국 최고 수준의 일조량을 자랑하는 영덕은 열대 과일인 멜론을 재배하기에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딱 하나, 영덕에서 멜론을 재배하는 농가가 없단 점이었다.
“멜론농사를 짓는다니까 주위에서 영덕에선 멜론 못 키운다고 했어요. 멜론은 강원에서도 나는데 경북 영덕에선 왜 안된다는 건지 의아했죠. 알아보니 ‘못’ 키우는 게 아니라 그냥 ‘안’ 키워본 거였어요. 첫 멜론을 따자마자 그분들에게 선물했더니 아무 말 못하시더라고요.”
탁이팜 곳곳에선 그가 성공적으로 멜론을 재배하고자 고민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동해의 거센 바닷바람이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입구 쪽에 또 다른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연결했다. 10여년 동안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해 기계를 잘 다루는 그는 살수장치에 물 압력계를 달았다. 비닐하우스 가장 안쪽까지 골고루 물이 분사될 수 있게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비용을 아끼고자 번거로움도 감수했다. 식용유와 달걀노른자를 섞은 난황유를 제조해 농약으로 들어가는 돈을 3분의 1로 줄였다.
“처음 나온 멜론 일부를 대구의 멜론 전문 상회에 들고 갔더니 다음부턴 다 달라고 하더라고요. 당도가 16브릭스(Brix)까지 나오는 질 좋은 멜론이었죠. 지금은 ‘영덕 1호 멜론농가’로서 이웃들에게 재배기술을 전파하고 있어요.”
멜론농사에 성공한 그는 지난해 4월, 농업회사 경영인이 됐다. 자신의 생산물뿐만 아니라 지역 특산물을 안정적으로 유통하고 싶었다. 뜻이 맞는 동료 2명과 함께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했는데 벌써 거래처 60여곳을 확보하며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농산물 가공에도 뛰어들었다. 멜론은 물론 다른 농장의 사과·복숭아 등을 이용한 상품을 개발 중인데 이르면 내년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앞으로 더욱 바쁠 예정이다.
“농업은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제가 귀농한 이유이기도 하죠. 다음 목표는 대규모 체험농장을 만드는 거예요. 미국 하와이의 파인애플농장처럼요.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