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현수 후보자(오른쪽)가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희철 기자 photolee@nongmin.com
김현수 신임 농식품부 장관 앞에 놓인 과제는
벼 재배면적 크게 안 줄어 올해 쌀 수급안정에 비상 시장격리 등 선제적 방안 필요
쌀 목표가격도 빨리 결정을 농민들 직불금 못 받아 불만
직불제 개편작업 서두르고 무허가축사 적법화도 관심을
농림축산식품정책의 총괄 책임자로 정통 농정관료 출신인 김현수 장관이 임명됐다. 김 장관은 8월29일 인사청문회와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치자마자 다음날인 8월30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 재가를 받았다. 임명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지며 비교적 순탄하게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직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그의 앞에 놓은 농정현안들은 앞으로의 장관직 수행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중요하지만 풀기 어려운 현안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쌀 목표가격 재설정=국회와 협력해 2018~2022년산 쌀에 적용할 새로운 목표가격을 정하는 것은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올초 목표가격을 놓고 수차례에 걸쳐 논의한 결과 쌀 80㎏ 한가마당 20만6000~22만6000원 사이에서 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목표가격이 직불제를 공익형으로 개편하는 문제와 맞물리며 더이상의 논의는 없었다. 목표가격은 아무리 늦어도 2018년산 수확기(2018년 10월~2019년 1월) 쌀값이 정해진 1월25일 직전까지는 결정됐어야 했다. 목표가격이 결정되지 않아 변동직불금이 농가에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현장의 농민들로부터 불만이 나오고 있다.
◆쌀 수확기 대책 마련=올해 벼 재배면적이 최근 발표되면서 수확기 쌀 대책 마련도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벼 재배면적이 기대만큼 줄지 않으면서 쌀 생산과잉이 되풀이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8월30일 발표한 ‘2019년 벼 재배면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벼 재배면적은 72만9820㏊로 집계됐다. 2018년 73만7673㏊와 견줘 겨우 7853㏊(1.1%) 줄었다.
벼 재배면적 감소폭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농식품부는 쌀 수급균형을 맞출 수 있는 벼 재배면적을 71만㏊ 정도로 보고 있다. 평년작(10a당 쌀 530㎏ 생산)을 가정할 때 10만t가량의 쌀이 과잉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잉생산량에 대한 시장격리 등과 같은 수급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형 직불제 개편=직불제를 공익형으로 개편하는 작업도 시간이 많지 않다. 개편논의가 올가을을 넘기면 개편의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다행히 최근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에 직불제 예산 2조2000억원이 담기면서 공익형 직불제 도입은 한걸음 더 나아간 모습이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직불제를 공익형으로 바꾸려면 법률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해수위 여당 간사인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을)은 공익형 직불제의 큰 틀을 담은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했고, 농식품부는 박 의원의 법안을 포함하는 전부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 두 법안은 국회가 병합해서 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공익형 직불제의 세부 시행방안을 담은 하위법령 개정도 필요하다. 법률 개정과정에서 직불제 개편에 소극적인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농업예산 추가 확보=3일 국회에 제출된 2020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농업예산을 더 확보하는 것도 김 장관 앞에 놓인 중차대한 과제다. 재정당국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농식품부 소관 예산을 15조2990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예산 14조6596억원에 견줘 4.4%(6394억원) 늘었다. 하지만 내년도 국가 전체 예산에서 농식품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대가 붕괴하며 2.98%까지 쪼그라들 위기에 처했다. 정부의 농업예산 홀대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8월29일 열린 김현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농업예산 홀대를 지적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장관으로) 임명되면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최대한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무허가축사 적법화=무허가축사(미허가축사)의 적법화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적법화 이행기간 만료일(9월27일)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부는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만료일까지 끝내지 못한 농가에 한해 추가 이행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이행기간 부여 대상은 9월27일 기준 ‘측량을 완료하고, 건폐율 초과 부분을 철거하거나 퇴비사를 설치하는 등 위반요소를 없애 적법화를 적극적으로 진행한 농가’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적법화 절차를 진행 중인 농가 대다수가 적법화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6%(1910가구)가량의 농가가 여전히 적법화를 진행하지 않고 있어 이들을 설득하는 게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