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농민신문
제주지역 겨울채소·감귤 농가 얘기 들어보니 양배추 95%·브로콜리 100% 외국 종자 의존…거의 일본산 대표 특산물 ‘감귤’도 94% 해당 일, 종자값 올릴 땐 농가 부담↑ 한·일 무역갈등 고조 분위기 국산 종자개발에 적극 나서야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정책(화이트리스트 제외)을 시행하고, 우리나라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를 결정함에 따라 양국간 무역분쟁이 확산될 조짐이다. 농업분야도 예외가 아닌데 국내산 농산물 종자 가운데 상당수가 해외, 특히 일본 의존도가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농산물 종자 대부분이 일본산=“현재는 일본 종자를 쓰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어요. 국산 종자가 있다곤 하지만 검증도 안된 걸 무턱대고 쓸 순 없죠. 한해 농사를 망치면 그 책임은 오롯이 농민이 져야 하니까요.”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에서 브로콜리를 재배하는 김모씨는 “토양·기후 등 재배여건이 농민마다 다른데 종자회사나 농업기술센터의 실험 결과만 믿고 종자를 쓸 수는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제주지역은 브로콜리를 비롯한 당근·월동무·양배추·쪽파 등 겨울채소 주산지다. 이들 농산물이 국내산임은 틀림없지만 종자는 대부분 일본에서 왔다.
종자업계 관계자는 “도내 주요 월동채소류 가운데 양배추는 95% 이상, 특히 브로콜리는 거의 100%가 외국 종자이고 이 가운데 대부분이 일본산”이라고 전했다.
제주지역의 대표 특산물인 감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 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94%에 달한다. 대다수가 개발된 지 25년이 지나 로열티는 내지 않지만 지난해말 <미하야>와 <아수미> 등 일부에 대해 일본이 품종보호를 출원, 해당 품종을 재배한 농가들이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종자 국산화 지원 절실=우리나라가 일본 품종 사용으로 인해 지불하는 로열티는 한해 100억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일본 품종 보급률 증가가 국내 종자산업 발전을 더디게 만든다는 점이다.
제주시 조천읍에서 감귤류를 재배하는 현모씨는 “상당수 감귤농가가 1970~1980년대에 나무를 심었고, 이들의 수령이 50년 정도임을 감안할 경우 2020년이 지나면 대규모 품종갱신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이때 기존 일본 품종을 대체할 국산 품종개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본 품종 의존도가 절대적인 작물은 일본의 결정에 따라 경영비가 오르고 결국 농가소득 감소와 수급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양배추·브로콜리 등 일본 품종 의존도가 90%를 넘는 농산물의 종자값은 해마다 상승하는 추세다.
반면 국산 우수 품종 재배면적이 늘고 있는 양파의 경우 수년째 종자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정훈 제주 고산농협 경제상무는 “10여년 전에는 조합원들의 국산 양파품종 재배면적이 10%가 채 안됐지만 이젠 25~30%는 된다”면서 “국산 품종이 견제 역할을 하다보니 일본 종자값도 1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과 제주도농업기술원 등은 국산 품종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품종개발에 적지 않은 비용과 인원이 필요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예산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학종 제주 애월농협 양배추생산자협의회장은 “종자는 농업분야의 핵심소재로서 제2의 반도체로 불린다”며 “한·일간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반도체 소재나 부품 등의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데, 제2의 반도체인 종자 국산화에도 그에 못지않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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