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착륙한 후 탑승객들이 입국수속을 밟고 있는 가운데 광주세관 직원이 엑스레이 화면을 보며 불법 축산물 등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비상…전남 무안국제공항 검역현장
발생국 출발 비행기 착륙 땐 입국 검역절차 긴장감 팽팽
올들어 돈육제품 등 149건 적발 현장서 주의·수거 수준 그쳐
처벌기준 높여도 효과 미지수 과태료 엄격 부과 등 필요
“돼지고기 가공제품과 같은 축산물 불법반입이 이틀에 한번꼴로 일어나고 있어요. 검역활동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이유죠.”
18일 오전 10시30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전날인 17일 경기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여파로 이날 무안공항 입국장은 긴장감이 팽팽했다. 특히 ASF 발생국인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착륙하자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입국절차가 시작되자 무안공항 광주세관 휴대품과 담당자는 불법으로 반입한 축산물이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엑스레이(X-ray) 화면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엑스레이 검색대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서수연 농림축산검역본부 호남지역본부 광주사무소 농축산물 검역 담당관은 “추석 연휴와 대학 개강시즌이 겹치면서 9월 이후 중국·베트남 등 ASF 발생국 출신 외국인이 소시지 등을 가져오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엑스레이에서 의심스러운 물품이 발견되면 주인의 동의를 얻어 즉시 가방 안을 검색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호남지역본부에 따르면 9월 들어 15일까지 돈육가공품을 들여오다 적발된 건수는 7건에 달했다. ASF 발생국에서 건너온 돈육가공품도 꾸준하게 적발되고 있다. 4일에는 중국, 8일에는 베트남, 15일에는 필리핀 등에서 돈육가공품을 가져온 사람들이 검역당국의 단속에 걸렸다.
내국인이 외국에 갔다 돌아오면서 축산물을 가져오는 일도 다반사였다. 올들어 9월15일까지 무안공항에서 돈육제품을 포함한 축산물을 반입하다 적발된 건수는 149건이나 됐다. 이 가운데 108건(72%)이 내국인이 소지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공항에서의 검역활동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6월부터는 ASF 발생국에서 생산·제조한 돼지고기 또는 돼지고기 가공제품을 불법으로 반입하면 위반횟수에 따라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도록 처벌기준이 상향조정되기도 했다.
무안공항 역시 국내에서 ASF가 발생한 직후 ▲휴대품 및 위탁수화물 엑스레이 전수검색 ▲기내 잔반처리업체 방문관리 강화 ▲출국자 대상 ASF 방역 홍보확대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이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반자 처벌기준은 높아졌어도 현장에서 실제로 처벌하는 경우는 드물어서다. 올들어 무안공항에서 돈육축산물을 반입해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검역 담당자가 입국자와의 갈등이나 수속시간 지연문제 등을 이유로 현장에서 주의를 주고, 축산물을 수거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호남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설령 반입신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축산물을 가져온 사람이라도 (적발 후) 현장에서 반입사실을 고지하고, 가방 등 휴대품 검사를 허용하면 축산물 소지를 신고한 것으로 간주해 규정에 따라 과태료를 면제한다”며 “검역과정에서 ‘은닉의 의도성’이 있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사례가 많지 않다”고 해명했다.
다른 공항도 사정이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ASF 발생국 주요 3국(중국·베트남·몽골)에서 국내 공항으로 축산물을 반입하려다 적발된 건수는 올해 8월31일 기준으로 5만98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1547건에만 과태료를 매겨 부과율은 3%대에 그쳤다. 거둬들인 과태료 역시 1억4542만원에 불과했다. 한건당 평균 1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선우선영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는 “ASF는 발생 이후 초동대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축산물 불법반입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외국을 오가는 이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