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방송 열풍은 이제 대세가 되고 있고 그런 만큼 농촌도 예외가 아니다. 농촌의 ‘농’과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사람인 ‘유튜버(Youtuber)’를 합한 ‘농튜버(農+tuber)’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농사짓는 모습과 농촌생활을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올리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농튜버가 되고 잘하면 돈까지 벌 수 있으니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현재 대표 농튜버들의 이야기는 물론 농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이 알아두면 유익한 유튜브정보도 살펴보자.
김종필씨가 동영상편집 애플리케이션 ‘키네마스터’를 이용해 영상에 자막을 넣고 있다.
‘블루베리 가지치기’ ‘고추 3배 이상 수확하는 방법’ ‘고구마 심는 법’….
유튜브채널 ‘블루베리 레드향 솔림농원(이하 솔림농원)’의 영상제목이다. 정겨운 우리 농촌에서 별다른 장비 없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이 영상들의 조회수는 수천에서 수십만회. 솔림농원은 채널 개설 약 10개월 만에 6만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거느리고 총 영상 재생횟수는 980만회가 넘었다(13일 기준). 1년도 채 안됐는데 약 3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스타 농튜버는 경기 화성시 장안면에서 블루베리묘목농사를 짓는 김종필(46)·최유빈(46) 부부다.
종필씨는 영상 출연과 편집을, 유빈씨는 촬영을 담당한다. 마이크도, 조명장치도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촬영부터 편집까지 해결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 부부는 블루베리묘목 가지를 다듬는 영상을 찍고 있었다.
“안녕하세요오~. 솔림농원입니다”라는 경쾌한 인사말과 함께 시작된 촬영. 종필씨는 농장에 놀러 온 친구 대하듯 카메라를 대했다. 유빈씨는 “어어, 그렇게 해서 되겠어?” 하며 장난스레 훈수를 두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부부의 만담이 펼쳐진다.
부부는 새로운 취미를 갖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솔림농원채널을 올초 개설했다. 평소 다른 농부들이 찍은 영상을 즐겨보던 부부의 머리에 ‘우리도 농튜버가 돼볼까?’란 생각이 싹텄다. 영상 편집·촬영 기술을 한번도 배워본 적은 없었다. 스마트폰에 영상편집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일단 부딪쳤다. 종필씨가 유튜브에 영상을 처음 올릴 때를 회상했다.
“처음엔 7분짜리 영상 하나 편집하는 데 꼬박 이틀이나 걸렸어요. 힘들게 만든 영상들을 한달 내내 꾸준히 올려도 구독자는 기껏 80명밖에 없었죠. 그래도 익숙해지니 영상제작이 점점 재밌어지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구독자를 늘릴 방안도 연구했다. 어떤 콘텐츠를 언제 올려야 조회수를 늘릴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영상목록 검색어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지를 공부했다. 특히 종필씨는 유튜브 관련 책은 물론, 영상도 꼼꼼히 찾아보며 독학했다.
“대부분의 솔림농원 시청자가 40대 이상 남성인데 농촌콘텐츠이니 아무래도 농민이 대다수겠죠. 그래서 비 오는 날 다들 농사일에서 잠시 손 놓을 때 올린 영상이 더 인기 있어요. 시의성도 고려해야 해요. 예를 들면 김장 시기 일주일 전쯤에 미리 김장 비법 영상을 올려놓는 거죠.”
유튜브를 향한 부부의 열정이 통한 걸까. 서서히 조회수가 늘어나더니 솔림농원채널 영상이 유튜브 실시간 추천목록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목록에 영상이 노출되면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 결과 3월에 올린 ‘고추 3배 이상 수확하는 방법’ 영상이 20만회 이상 재생되면서 자연스레 솔림농원 구독자수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어 7월에 올린 ‘고구마줄기 껍질 쉽게 벗기기’ 영상은 무려 96만회에 이르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박’ 났다.
부부는 이제 프로 농튜버다. 다음 콘텐츠는 깨어 있는 시간 내내 함께 구상한다. 먹방(먹는 방송)부터 쿡방(요리 방송)까지 안해본 게 없다. 촬영용도로 구입한 스마트폰을 든 유빈씨의 흔들림 없는 팔뚝에선 노련함이 느껴진다. 10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 15분가량 촬영하면 충분하다. 앱으로 영상을 편집하는 종필씨의 엄지손가락도 액정 위를 날아다닌다. 7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 이틀 걸리던 그였지만 이젠 뚝딱 만들어낸다.
솔림농원은 유익함과 재미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생생한 농촌생활에 동갑내기 부부의 톡톡 튀는 입담이 더해지니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끌 수밖에 없다. 영상엔 “지금까지 수많은 유튜브를 봤지만 이렇게 집중해서 본 적이 없었네요” “고구마 까기가 너무 재미나서 친구랑 시청하고 킥킥 웃었답니다” 등 애청자들의 진심 어린 댓글이 달린다. 유빈씨는 실시간으로 댓글들을 확인하며 미소짓는다.
물론 말투나 복장을 지적하는 악성댓글이 달려 상처받을 때도 있다. 또 무작정 전화하거나 집으로 찾아오는 이들도 있어 애를 먹는다고 한다. 그래도 지역축제나 인근 농협에서 솔림농원 애청자들을 만날 때마다 힘을 얻는다. 영상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더 재밌는 영상을 만들겠단 다짐을 한다. 부부에게 다음 목표를 묻자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내년 5월까지 구독자 15만명을 확보해서 우리나라 대표 농튜버가 되는 거예요. 이대로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