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전남 영광군 염산면 오동리에 있는 애플망고농장을 방문한 전남농협지역본부 관계자들이 농장주(앞줄 왼쪽 세번째)로부터 애플망고의 순소득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지역 내 재배면적, 전국의 25% 연평균 기온 높고 일조량 풍부 면적당 소득도↑…농가 늘어
판로확보·재배기술 등은 한계 농업기관·농협, 협력강화 통해 농가 규모화·고소득화에 힘써
‘패션프루트·망고·애플망고·바나나·커피….’
과일 이름이 이국적이라고 해서 ‘외국산’이겠거니 넘겨짚으면 오산이다. 이들은 모두 전남에 뿌리를 잘 내린 아열대작물이다. 한반도의 아열대화로 작물지도가 바뀌고 있는 데다, 아열대과일 등이 새로운 고소득작물로 떠오르면서 이를 재배하려는 농가가 꾸준히 느는 추세다. 전남 농업기관과 농협은 재배기술 교육·농가조직화·시장개척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강화하며 이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아열대작물 재배 전국 25% 점유=전남이 아열대작물의 ‘메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이 지역 아열대작물 재배면적은 82.5㏊(1월 기준)로 전국 재배면적(314.3㏊)의 4분의 1이 넘는다. 전남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연평균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풍부한 지리적 장점에다, 소득을 높이려고 아열대작물로 전환하는 지역농가도 늘고 있어서다.
박문영 도농기원 과수연구소장은 “다문화가정과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판로가 넓어지고 있다”며 “체험·음식을 결합한 6차산업과도 연계가 쉽다는 점에서 아열대작물이 한국 농업에 또 다른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아열대작물의 단위면적당 소득이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도농기원이 조사한 10a(300평)당 농업소득을 살펴보면 망고가 2800만원, 패션프루트가 1300만원, 용과가 1200만원에 달한다.
최근 파프리카에서 애플망고로 작물을 전환한 박민호 영광 망고야농장 대표는 “순소득면에서 애플망고가 3.3㎡(1평)당 약 6만원으로 파프리카의 두배가 넘는다”면서 “특히 1년 내내 노동력을 투입해야 하는 파프리카와 견줘 애플망고는 수확기 전후 3개월만 신경 쓰면 돼 농사짓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수입 과일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안전성문제가 대두하고 있는 것도 국내 아열대작물농가엔 호재다. 양상대 전남농협지역본부 원예유통사업단장은 “올해 전면 시행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푸드마일리지(식품의 이동거리)가 외국산에 비해 매우 짧은 국내산이 식품안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작물별로 농가조직화=이처럼 아열대작물이 농가의 새로운 기회로 여겨지고 있지만, 확산속도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 생산량이 적어 안정적으로 판로를 확보하거나, 적정가격을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여기에다 막대한 시설투자비·유지관리비가 들어가고, 국내에 아열대작물 재배기술이 축적되지 않은 점도 위험요소로 꼽힌다.
이에 전남 농업기관과 농협이 손잡고 올초부터 아열대작물농가의 단지화·규모화·고소득화에 힘을 쏟고 있다.
먼저 도농기원은 아열대작물 적응시험, 품종·시설 연구에 나서 연중생산과 분산출하가 가능한 재배환경을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전남농협은 농가조직화에 방점을 두고 작물별 ‘아카데미클럽’을 결성하고 있다. 2월 애플망고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커피·바나나·패션프루트 아카데미클럽까지 속속 문을 열었다.
양상대 단장은 “회원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재배 성공·실패 경험을 공유하는가 하면, 기존 농가가 신규 농가를 위해 멘토역할을 자처하는 등 아카데미클럽이 농가조직화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농협은 작물별 아카데미클럽을 발판 삼아 경쟁력 있는 아열대작물을 ‘농협 연합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석기 전남농협지역본부장은 “공동마케팅조직 육성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케이멜론>이나 <케이토마토>처럼 국내산 바나나도 자신의 공동브랜드를 가지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가격으로 국내산 아열대작물을 접할 수 있는 유통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