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산 자율주행 이앙기가 처음으로 출시돼 큰 주목을 받았다. 올봄 충남 보령의 한 논에서 자율주행 이앙기가 모를 심고 있다.
2019년 주요 농기자재분야 결산
무기질비료
원자재값·환율 올라 큰 손해 “근본적 회생대책 마련 절실”
작물보호제
PLS 시행으로 사용량 급감 공급단가 낮아져 경영압박
농기계
중형급 트랙터 등 판매 늘어 콤바인·이앙기 시장도 성장
자율주행 등 신기술에 주목
올 한해 농기자재분야는 업종별로 부침이 뚜렷했다. 무기질비료·작물보호제 쪽은 여느 해보다 힘든 한해였던 반면 농기계업계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밭농업 기계화 등 새로운 제도와 정부정책도 시장에 영향을 줬다. 수급동향 등 주요 농기자재분야의 2019년을 결산한다.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시행에 따라 한 농민이 용기에 표기된 약제 적용품목과 사용량을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
◆원자재값·환율 인상으로 고통받은 무기질비료=한국비료협회가 집계한 10월말 기준 국내 무기질비료 전체 생산량은 181만t으로 지난해 195만8000t보다 8% 줄었다. 기능성·원예용 비료 생산량은 증가했으나 맞춤형 비료와 황산암모늄 등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무엇보다 호조를 보였던 수출이 단가하락 등으로 인해 지난해 103만t에서 올해는 87만3000t으로 15%나 곤두박질쳤다.
무기질비료업계는 원자재가격 및 환율 인상 등으로 어려운 한해였다. 이는 비료업계의 전체 손실액이 크게 증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7년 278억원이었던 무기질비료업계의 손실액은 지난해 694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이보다 훨씬 많은 9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윤영렬 비료협회 전무는 “이제 무기질비료업계의 경영개선은 어떤 미봉책으로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계상황에 처한 비료산업 회생을 위해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7월1일부터 ‘비료가격표시제’ 시행에 들어갔다. 농민 등 주요 고객들에게 비료가격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비료업계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환율 인상으로 어려움이 컸다. 사진은 남해화학이 수입한 요소를 부두에서 하역하는 모습.
◆PLS 등으로 사용량 준 작물보호제=한국작물보호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농약 공급량은 1만5108t으로 지난해 1만6763t보다 10%나 줄었다. 비선택성 제초제, 원예용 살균제, 수도용 살충제 등의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농식품부가 올해 1월1일부터 PLS를 시행함에 따라 농민들이 잔류농약을 우려해 사용량을 크게 줄인 때문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다 국내 농약 유통의 50% 이상을 점하는 농협이 농민들의 농자재 구입 부담을 줄여주고자 계통 공급단가를 평균 5.2% 낮췄다. 이러한 조치들은 농약 수급 불안정, 환율인상 등과 맞물려 업체들의 매출액 감소로 이어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3~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로 인한 경영압박이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7월1일부터 50㎖ 이하의 원예·가정용 소포장 농약을 제외한 모든 농약의 판매정보를 기록하고 관련 정보를 농촌진흥청에 제공하는 ‘농약판매기록제’를 시행했다. 또 농약 오남용을 막고자 ‘포장지 표시기준’을 개선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완만한 상승세, 농기계=올해 농기계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농지 감소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시장이 어려움이 예상됐으나 트랙터 등의 주요 기종 판매가 지난해보다 개선돼서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농기계 내수시장 규모는 약 2조35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4% 증가(추정)했다. 세부적으로는 트랙터 판매액(4900억원)이 2018년보다 6.3% 늘었다. 특히 중형급(50~60마력대) 트랙터 판매액이 지난해보다 26.6%, 중대형급(70~80마력대)이 14.7% 증가해 성장을 주도했다. 판매액 기준으로 콤바인시장도 지난해 대비 10.1% 커졌고, 승용이앙기시장도 4.6% 성장했다. 다만 이앙기는 외국산 비중이 65.2%로 늘어,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팜’도 올해 농기자재시장을 이끈 키워드로 꼽힌다. 정부가 스마트팜 실증단지사업 등의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다.
이밖에 국산 자율주행 이앙기가 최초로 출시되는 등 자율주행 기술이 농기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업계는 이르면 2020년엔 자율주행 트랙터 상용화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길수 농기계조합 정책지원팀장은 “최근 새로운 농법이 도입되면서 농기계·자재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밭농업 기계화, 신기술 농기계 우선 구매 지원 등의 정부정책도 농기계시장 개선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를 넘어선 농기계 수출은 올해 11억달러(약 1조2800억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올 3분기까지 수출액은 8억8900만달러(약 1조350억원)로 지난해보다 19.2% 증가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