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농민신문
수입 형식적 절차 남아 저장·겨울 과일 등 위협 中, 사과·배도 요청 예상
중국산 신선석류 수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병해충 우려로 국내 반입이 막혀 있는 중국산 신선석류에 대한 수입위험평가가 전체 8단계 중 5단계에 진입했다. 남은 6~8단계는 입안예고 등 형식적인 절차여서 통상 5단계가 끝나면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사실상 수입 허용이 코앞에 닥친 셈이다.
석류는 중국이 우리 정부에 수입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6가지 농산물 중 첫번째로 꼽은 품목이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상업적으로 석류를 재배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중국의 연간 석류 생산량은 120만t이며, 상당량을 러시아·동남아시아 등지로 수출한다. 중국은 본토 전역에서 생산한 석류를 우리나라에 수출하기를 원하고 있다.
중국이 석류를 수입 금지 대상 과실에서 제외해달라며 우리 정부에 위험평가 서류를 접수한 게 2014년 1월이다. 6년 만에 5단계째의 위험평가 과정을 밟는 중이다. 미국산 사과가 1단계에서 4단계까지 오는 데만 10년 이상이 걸릴 정도로 녹록지 않은 과정을 중국산 석류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밟은 셈이다. 이는 위험평가를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양국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은 한국산 파프리카·단감과 중국산 석류를 한데 묶어 위험평가를 진행하자고 요구했었다.
한 통상 전문가는 “검역협상이라는 게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줘야 한다”며 “지난해 11월 한국산 파프리카의 중국 수출길이 열렸고, 이제 다음 차례는 중국산 석류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도 한국산 단감과 중국산 석류의 검역문제가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보고 다음 우선순위를 점검하는 등 새로운 검역협상 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중국산 석류 수입이 몰고 올 파장이다. 생소한 수입 과일이던 석류는 ‘여성을 위한 신의 선물’이라고 입소문을 타며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0년대 이전에는 연간 1t 이하로 들어왔던 게 국내 수요 급증으로 최근엔 7000~8000t이 매년 수입된다.
농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석류의 90% 이상이 미국산인데, 가격 경쟁력과 지리적 이점을 갖춘 중국산이 수입된다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류는 출하시기가 겨울철에 집중돼 있다. 저장과일과 겨울과일 수요를 잠식하는 주범이 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검역문제가 해결되고 나서 수입량이 급증한 사례가 적지 않다. 칠레산 체리가 대표적이다. 검역문제로 수입이 막혀 있었지만 2016년 수입제한 조치가 풀리면서 그해 하반기부터 수입량이 급증했다. 신선체리 수입량은 2015년 1만2600t에서 2018년에는 1만8100t으로 3년 만에 40% 넘게 증가했다. 2018년 기준 칠레산 체리의 수입 비중은 16.5%에 달했다.
석류 다음으로 중국이 노리는 것은 대추다. 중국은 2018년 10월 대추에 대한 위험평가를 신청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측은 석류 다음에 대추를 검토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면서 “그다음에는 사과·배 순으로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