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월의 옥수수농가 진표준씨가 최근 매미나방 애벌레의 피해를 본 옥수수밭을 살펴보고 있다.
올 병해충 극성…현장 가보니
영월지역 옥수수·사과 농장 매미나방 애벌레·성충 급증
평택 배 과원엔 미국선녀벌레 안성지역 다양한 나방 출몰도
지난겨울 유난히 포근한 날씨 탓 월동 개체수 많아져 발생 늘어
작물 생육·상품성 타격 ‘한숨’
“세상에, 매미나방이 얼마나 많이 달라붙었는지 옥수수밭이 온통 새하얗게 보일 정도였다니까요.”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에서 10만9090㎡(3만3000평) 규모로 옥수수를 재배하는 진표준씨(61)는 밭 여기저기를 살펴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씨가 보여주는 옥수수 잎마다 매미나방 애벌레가 갉아 먹은 흔적이 뚜렷이 보였다. 진씨는 “때때로 매미나방 성충이나 애벌레가 옥수수 안에서도 발견되는데, 이 경우 상품성 유지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며 “드론을 활용해 방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퇴치에는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했다.
인근의 사과농가 박호준씨(57·영월읍)도 “셀 수 없이 많은 매미나방이 과수원 인근 나무들에 내려앉아 저마다 알을 낳고 있다”며 “혐오감과 두려움은 물론 수확철 농작물에 피해를 줄까 봐 노심초사하며 지켜보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유환학 영월농협 지도팀장은 “지난해까지는 지역에서 발견되지 않던 매미나방이 올해 갑작스럽게 크게 늘었다”며 “매미나방 애벌레들이 부드럽고 연한 옥수수 새순을 갉아 먹는 등 작물 생육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어 농가들이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북 봉화에서도 매미나방이 대량 발생해 긴급 방제에 나섰다. 군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최근 이상기후로 매미나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황”이라며 “군내 산림병해충예찰단과 지역자율방재단 등 80여명을 동원해 봉화읍·물야면 등지를 대상으로 매미나방 방제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돌발해충 등 해충 발생이 늘면서 농작물 피해가 확산하고 있어 농가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농가들에 따르면 지난겨울 유난히 포근한 날씨 탓에 월동 개체수가 많아져 해충 발생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위부터 미국선녀벌레, 열대거세미나방 애벌레, 먹노린재.
경기 평택의 배농가 이영숙씨(61·안중읍)는 “요즘 들어 과원 주변으로 돌발해충인 미국선녀벌레가 유독 많이 눈에 띈다”며 “지난해까진 거의 발견되지 않았던 해충이라 더욱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수시로 방제하지만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보니 소독할 땐 미국선녀벌레가 산으로 피했다가 다시 출몰해 골칫거리”라면서 “조만간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되면 해충 발생 빈도는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안승구 안성 일죽농협 조합장은 “따뜻한 겨울로 인해 7월 들어 다양한 나방들이 인가나 농로 주변 가로등 불빛에 몰려들고 있어 농협에서 우선적으로 43개 영농회에 공동방제 약품을 지원했다”면서 “장마 이후 미국선녀벌레 등 돌발해충 피해도 예상돼 이에 대한 방제를 곧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최근 충북 보은, 충남 당진, 전북 고창지역 옥수수밭에서 열대거세미나방이 잇따라 발생해 농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곰팡이나 세균성 병 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양섭 충남도농업기술원 재해대응팀장은 “7월 날씨가 예년보다 흐린 날이 많고 장맛비도 더 많이 내리고 있다”면서 “이런 날씨엔 벼에 잎도열병·잎집무늬마름병·흰잎마름병이 발생할 수 있고, 고추 등 밭작물은 탄저병·역병·시들음병이 우려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박병구 충남 서천군쌀전업농연합회장은 “일부 품종에서 잎도열병이 발생했지만 아직까진 큰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장마 뒤가 걱정인데, 이삭거름을 주고 나면 도열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8월초 2차 공동방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남균 전남도농기원 기술보급과장도 “지난겨울 평균기온이 높았던 탓에 먹노린재나 왕우렁이의 월동량이 증가했고, 중국에서 유입되는 벼멸구·혹명나방·흰등멸구도 지난해와 견줘 발생시기가 최대 10일 정도 빨라졌다”면서 “농가에서는 장마 기간 농작물의 상태를 수시로 살펴보고, 장마가 끝나는 대로 발 빠르게 방제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