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복숭아 주산지인 충북 충주·음성 일대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낙과가 속출해 재배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전시관 북충주농협 상무(오른쪽)가 백선기 복숭아작목회장의 농장을 찾아 낙과들을 살펴보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시름 잠긴 충북 복숭아농가
낙과 많고 일조량도 모자라 물량 지난해보다 20% 감소
당도·상품성 낮아져 값 폭락 탄저병 등 병해 발생 우려도
“한창 따야 할 시기인데 다 떨어져 버리고, 그나마 딴 복숭아도 품질이 좋지 않으니 이걸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4일 오후 충북의 대표적 복숭아 주산지인 충주시 앙성면에서 만난 백선기씨(65·목미리)는 거센 장맛비를 뿌리는 하늘을 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복숭아밭엔 수확을 코앞에 뒀던 복숭아가 물기를 머금은 채 수북이 떨어져 나뒹굴고 있었다. 나무에 매달린 성한 복숭아보다 바닥에 떨어져 썩는 게 더 많아 보였다. 그는 “절반가량 떨어진 데다가 수확한 복숭아도 품질 저하로 이래저래 죽을 맛”이라며 “지금 상태라면 올 농사는 망친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또 다른 농가도 “수확시기에 한달 가까이 이어진 장맛비로 일조량이 부족해지면서 복숭아가 제대로 여물지 않은 데다 당도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시관 북충주농협 상무는 “장맛비로 출하물량이 지난해와 견줘 20% 이상 줄었다”면서 “특히 4.5㎏ 한상자당 10과인 특상품과 비중도 지난해보다 4~5%포인트 떨어진 20% 초반대에 그쳐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지역 복숭아농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노은면 신효리의 민봉기씨(61)는 “낙과도 문제지만 오랜 기간 장맛비로 봉지가 녹아내리면서 복숭아에 상처가 나는가 하면, 당도가 비 오기 전에는 12~13브릭스(Brix)였는데 외려 2도가량 떨어졌다”면서 “사정이 이렇다보니 출하량이 평년의 절반이 안되는 데도 값은 가장 안 좋았던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장마가 하루빨리 끝나 매달린 복숭아라도 제대로 키워야 할 텐데…”라며 걱정했다.
농민들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폭우로 습도가 높아지면서 병해충이 창궐할 우려도 커졌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껍질에 갈색 작은 반점이 형성되면서 복숭아가 썩어들어가는 탄저병 발생이 늘어날 수 있다.
< 햇사레 복숭아> 주산지인 음성군 감곡면의 임윤규씨(69·영산2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리다보니 빗물이 빠지는 배수로 정비는 물론 약제 방제도 제때 못하고 있다”면서 “다른 농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궂은 날씨 탓에 여름 과일을 찾는 소비자가 줄면서 복숭아값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도 농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권태화 한국복숭아생산자협의회장(음성 감곡농협 조합장)은 “올해초 저온피해에 이어 이번 집중호우에 복숭아가 많이 상한 데다 소비부진까지 더해지면서 농민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복숭아는 비타민A를 비롯한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돼 종합 영양제라 불리는 만큼 소비자들이 복숭아 구입에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