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게 이어진 장마에 폭우까지 겹치며 농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침수나 시설 붕괴 같은 사고를 피했더라도 일조량 부족과 저온으로 작물 생육 불량이나 병해 확산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농작물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농가의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탄저병 피해를 본 사과.
◆과수 생리장해 심각…관리 철저히 해야=과수는 길어진 장마로 병 발생이 많아졌다. 일조량이 부족해 과실 비대가 이뤄지지 않는 등의 생리장해도 나타나는 모양새다.
7월 전국 평균 일조시간은 91.4시간에 그쳤다. 평년 7월의 143시간과 비교하면 63.9%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사과는 지난해와 비교해 과실 크기가 작고 조·중생종 위주로 낙과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탄저병·갈색무늬병 발생도 보고되고 있다.
권헌중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 연구관은 “7월 조사에서는 과실 크기가 지난해보다 6~7% 줄었는데, 그 이후에도 비가 계속 오고 일조량이 부족한 상태가 지속돼 지금 시점에선 지난해 대비 과실 크기가 더 작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장마 이후 과실 비대를 위해 가지를 유인하거나 웃자란 가지(도장지) 밀도를 조절하는 등 수세를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
열과 현상이 발생한 배.
배는 조생종을 중심으로 열과 등 생리 장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최진호 농진청 배연구소 연구관은 “계속된 강우로 배가 물에 젖어 있으면 열과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며 “현재 조생종인 <화산>에 열과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시기에 과실 크기를 키우려고 과도하게 질소질 비료를 살포하면 열과 발생이 더 심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비가 그친 이후에는 과원에 자란 풀을 바로 제거하지 말고 3~7일이 지난 뒤에 잘라내는 게 좋다. 토양이 머금은 많은 수분을 풀을 통해 공기 중으로 내보낼 수 있어서다. 혹시 모를 태풍에 대비해 가지를 단단히 결속시켜주는 작업도 중요하다.
포도는 곰팡이병이나 과실이 마르는 등의 생리장해가 나타나고 있다.
권의석 충북도농업기술원 포도연구소 팀장은 “일부 지역은 논에 조성한 <샤인머스캣> 포장에서 과실이 마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습도가 높은 논토양에 장마까지 길어지다보니 뿌리가 토양의 수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복숭아는 전남·경남 지역에서 세균성구멍병의 발생이 많아지고 있다. 이 병이 발생한 나무는 잎이나 가지에 물에 젖은 모양의 작은 반점이 나타나 갈색으로 변하면서 구멍이 뚫린다. 이런 병징이 나타난 잎·가지를 발견하면 즉시 잘라내 태우고 등록약제를 살포해 방제한다.
탄저병에 감염된 고추.
◆논·밭 병해, 앞으로가 더 문제=벼 도열병 역시 전국에서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도열병은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발생하기 쉬운데 장마가 길어지면서 발생이 늘어나는 것이다.
기상청은 남부지방 장마가 7월30일 종료됐다고 밝혔지만 8월초 다시 장마 영향권 안에 들며 장대비가 쏟아졌고, 중부지방은 6월24일부터 최근까지 장마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도열병은 비료를 많이 살포한 포장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다비 재배를 했다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히토메보레(봉황)> <진상미> 등 일부 품종은 도열병에 약한 만큼 더욱 철저한 약제 방제가 필요하다. 출수기(이삭이 나오는 시기) 도달 이전에 벼가 침수됐을 경우 세균병인 흰잎마름병·세균성벼알마름병이 발생하기 쉽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밭작물 가운데 고추는 탄저병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 연일 비가 쏟아지는 충북·충남은 물론 경북지역에서도 비가 많이 내린 시·군을 중심으로 탄저병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이 “지금 같으면 어느 고추밭에 들어가도 탄저병 증상을 보이는 고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탄저병 확산을 막으려면 비가 멈춘 틈을 이용해 등록약제를 살포하고 생육이 부진한 포장은 요소 0.2%액이나 제4종복합비료를 살포해주면 좋다.
고랭지배추는 무름병 발생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같은 날씨가 지속하면 8~9월 무름병이 폭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병에 걸린 포기는 빨리 제거해 병원균을 차단하고 잎에 묻은 흙이나 오물 등을 분무기나 호스 등을 이용해 깨끗하게 씻어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