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수급안정위원회가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뒷줄 왼쪽 세번째) 주재로 농민단체·농협·소비자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8일 농협중앙회에서 열렸다. 이희철 기자
[초점] 2020년산 쌀 수급·가격 전망과 정부 대책
여름철 기상 악화로 작황 부진 지난해보다 생산량 3% 줄 듯
올해산 수확 지연 겹쳐 값 상승 시세, 산지·소비지 모두 ‘부담’
정부 “물량 최대한 흡수 총력” 유통업체 지원 매입자금 증액
농림축산식품부가 11일 내놓은 ‘2020년산 쌀 수급안정대책’엔 올해산 쌀을 대하는 정부의 각별한 고심이 묻어난다. 올해는 공익직불제 도입 등 양정제도 개편에 따라 새로운 쌀 수급안정장치를 제도화한 첫해로서 쌀 수급·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 책무가 한층 늘어났기 때문이다.
◆쌀 수급 전망은=통계청이 8일 내놓은 ‘2020년 쌀 예상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63만1000t으로 전망됐다. 지난해(374만3000t)보다는 11만2000t(3%), 9월2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측치(368만3000t)와 견줘서도 5만2000t(1.4%) 적은 양이다.
여름철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올 예상단수는 500㎏으로 400㎏대 추락을 간신히 면했다. 저온피해로 355만t을 기록했던 1980년 이후 최저치가 될 수 있다는 우울한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그러나 쌀 소비 감소세와 정부양곡 재고 수준을 고려하면 수급은 균형 범위에 들 것으로 본다. 최근 10년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연평균 2.5%씩 줄어 지난해엔 59.2㎏으로 역대 가장 낮다.
◆쌀 가격 전망은=통계청에 따르면 10월5일자 산지 쌀값은 80㎏ 한가마당 21만9288원으로 조사됐다. 2018년(19만4772원)과 2019년(19만1912원) 시세를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19년산 재고가 소진되고 2020년산의 수확이 지연되면서 10월5일자 산지 쌀값이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재배면적의 91%에 달하는 중만생종이 본격 출하되는 10월 하순 이후엔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지 쌀값은 10월5일자에 가장 높다가 출하가 본격화되면서 점차 내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기대 이상의 초반 시세는 산지와 소비지 모두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농협 등 산지 유통업체는 대개 사후정산제로 벼를 산다. 매입 직후 우선지급금을 지급하고 수확기 가격이 정해지면 차액을 마저 지불하는 식이다. 내년 판매 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앞으로 1년간 쌀을 처리해야 하는 산지 유통업체로선 수확기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결정되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소비지는 소비지대로 주요 농산물 시세가 전반적으로 높은 현실에서 쌀값마저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면 ‘서민 물가 부담 가중’이라는 틀에 갇힐 우려가 크다.
◆정부 대책은=정부는 일단 수확기 출하 물량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흡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산지 유통업체에 지원하는 벼 매입자금을 3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5% 높이고 피해벼도 농가가 희망하는 물량을 11월말까지 매입한다.
이와 함께 쌀값 급등락 가능성도 차단한다. 쌀값 추이를 봐가며 적절한 때 산물벼 인수도(시장 방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산물벼 인수도가 발표되면 산지 유통업체는 아무래도 벼 매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물벼 인수도는 통상 3∼5월에 하는데 과거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작황이 저조했을 당시 2013년 1월에 실시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실성은 높지 않지만 구곡 공매도 검토하는 카드 중 하나”라고 했다.
가공용에 한해 정부양곡을 일부 푸는 것도 이런 움직임 중 하나다. 올해 가공용 쌀 공급 계획량은 28만t이다. 농식품부는 이미 수급 상황과 업체 수요를 고려해 앞서 8월 1차로 2만5000t을 추가 공급한 바 있다. 여기에 1만2000t을 더해 계획량 대비 3만7000t이 늘어난 31만7000t을 연말까지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김종훈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수확기 초기 산지 쌀값 동향과 함께 11월12일께 발표되는 쌀 최종 생산량 결과를 고려해 수급 상황을 재점검하고 필요하면 수급안정 조치를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