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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유통구조에 농가 “기가막혀” 글의 상세내용
제목 낙후된 유통구조에 농가 “기가막혀”
부서명 청양군농업기술센터 등록일 2009-03-26 조회 2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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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유통구조에 농가 “기가막혀”



경기 포천의 한 산란계 사육농장에서 달걀을 수거하는 모습. 농가들은 달걀을 수집하는 유통상인들의 ‘디시(DC)’가 고질화돼 있어 농가와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왼쪽 하단은 3월10일 농가가 거래한 계산서로, 이날 농가는 고시가격보다 개당 50원 이상씩 낮은 값을 받은 것으로 표기돼 있다.


달걀 농가판매값 84원 →산지고시값 138원 → 소비자값 170원


“달걀값이 높아서 좋겠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그런 소리 들을 때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경기 포천시 영북면에서 산란계 5만마리를 사육하는 이모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는 날이 부쩍 늘었다. 사료값과 인건비 등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크게 늘었지만 달걀을 팔아 손에 쥐는 수입은 오히려 줄어서다. 이씨 농장에서 생산하는 달걀은 하루 약 4만개, 한달이면 120만개나 된다. 언뜻 보기엔 달걀 한개당 10원씩만 남긴다 해도 월수입이 1,200만원의 부농이다. 그러나 이씨는 “매월 본전도 못 건져 빚만 쌓이는 게 산란계 사육농가들의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농장을 당장 때려치우고 싶지만 다른 방도를 찾을 길이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전국 산란계 사육농가들이 이씨와 같이 최악의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보통 산란계는 1만마리를 사육할 경우 한달에 들어가는 사료량이 35t 정도나 된다. 그런데 산란계용 배합사료값(1㎏당)은 지난 2007년 220원가량 하던 것이 현재는 520원 정도로 뛰었다. 사료값 부담만 2년여만에 무려 2.5배가량 상승한 셈이다.

반면 이 기간 동안 생산자단체 등에서 발표하는 달걀(특란 10개 기준) 산지가격은 780원에서 1,350원으로 70%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농가들은 생산자단체가 발표하는 달걀 산지가격도 어디까지나 통계에 의한 것일 뿐 현실과 엄청난 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산란계 농가들이 달걀을 출하할 때는 대부분 농장을 찾아다니는 유통상인과 거래한다. 이때 생산자단체인 대한양계협회는 달걀 시세를 조사해 고시, 농가들이 달걀을 판매할 때 참고토록 하고 있지만 유통상인들 사이엔 이 고시가격보다 40~50원씩 낮게 가격을 매기는 이른바 ‘디시(DC)’가 관행화돼 있다.

실제 본지가 경기 포천의 한 산란계 농장으로부터 입수한 3월10일자 ‘계란거래계산서’(사진 왼쪽 아래)를 보면 이날 농가는 왕란 610판(1만8,300개), 특란 80판(2,400개), 대란 140판(4,200개)을 유통상인에게 넘겼는데, 한개당 79~84원씩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같은 값은 이날 양계협회의 고시가격보다 무려 50원 이상 낮게 DC가 이뤄진 것이다.

김인배 양계협회 포천채란지부장은 “언제부턴가 달걀 ‘DC’가 관행처럼 굳어져 농가가 이를 거부하면 달걀을 팔곳조차 없어지게 된다”며 “생물인 달걀을 묵힐 수 없어 농가들은 DC를 감수하며 상인들에게 넘기지만 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산란계 농가들은 곧 줄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가들은 달걀값 DC도 문제지만 유통상인들이 달걀을 수거해간 다음 한달이나 두달씩 지난 후에 정산을 해주는 이른바 ‘후장기제’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물론 이때도 농가는 실제 고시가격보다 낮은 값을 받는 DC를 피할 수 없다.

강원 철원에서 산란계 7만7,000마리를 사육하는 김모씨는 “유통상인들이 농가에서 달걀을 수거해간 다음 또 다른 도매상 등에 판매해 이익을 얼마나 남겼느냐에 따라 계산서를 끊어주는 ‘후장기제’를 적용하는 상인이 전체의 70%는 될 것”이라며 “‘후장기제’는 농가의 자금줄까지 압박하는 엄청난 횡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산란계 농가들이 이처럼 유통상인들에게 휘둘리는 것은 달걀 유통구조가 다른 축종에 비해 낙후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는 달걀은 연간 100억개 이상이지만 대부분 농가→수집·반출상→중간도매상→소매상→소비자 등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구조 속에 유통되고 있다. 특히 달걀은 소·돼지와 달리 가격결정 기능을 가진 도매시장이 한곳도 없어 상인들에 의해 값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유통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즉 유통상인들은 산지에서 달걀을 DC에 의해 고시값보다 형편없이 낮게 사들이고서도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유통단계를 거치며 대개 DC 가격이 아닌 정상(고시)값 기준으로 마진을 붙여 판매한다.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10일 현재 특란 한개당 산지 고시가격은 138원이지만→유통상인이 수집할 때는 84원(54원 DC)→중간도매상에 넘길 때는 DC 가격에서 20~30%가량 마진을 붙인 100~110원의 값이 형성되고→이를 다시 소매점에 넘길 때는 DC 가격이 아닌 고시가격에서 10%의 마진이 붙어→최종 소비자는 한개당 170원씩에 구입하는 실정이다. 산지에서 DC에 의해 84원하는 특란 한개가 유통과정을 거치며 눈덩이처럼 마진이 붙은 결과 소비자는 170원을 지불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걀의 불합리한 가격결정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처럼 산지와 소비지에 공판센터를 설치하고 이곳을 통해 가격결정을 담당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삼수 농협 축산지원부 양계·특수가축팀장은 “전국 산란계 사육농가수가 1,700여가구 정도인데, 달걀 유통상인만 2,000명이나 되는 등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나돌 만큼 달걀 유통구조가 낙후돼 있다”며 “최소한 수도권지역이라도 달걀공판센터를 설치해 달걀 가격이 공정하게 형성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포천·철원=김광동 기자 kimgd@nongmin.com



<출처: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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