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합동기구인 농어업선진화위원회가 최근 화학비료 인상차액에 대한 보조를 내년부터 폐지할 것이란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농민단체는 농가부담 증대를 이유로 즉각적인 폐지를 반대하고 있고, 비료업계도 보조율의 점진적인 축소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화학비료 보조 폐지를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화학비료 보조, 왜 폐지하려 하나
농어업선진화위원회 경쟁력강화분과위원회는 화학비료 가격보조가 농업환경과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가격보조가 일시적으로 농가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으나, 비료사용량을 늘려서 환경보전정책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현행 가격인상차액 보조를 내년부터 중단하고, 농가부담이 커질 경우 ‘화학비료 사용감축 지원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는 동시에 절감된 재원은 친환경기반 구축 등 경쟁력 강화에 지원하겠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화학비료 사용감축 지원프로그램은 화학비료 가격이 높게 유지되면 농가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용감축의 실천을 조건으로 맞춤형 비료 등에 대해 일부 지원하는 방안이다. 토양분석에 근거한 맞춤형 비료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경우, 화학비료 사용량이 감축되면서 토양환경이 개선될 것으로도 보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도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화학비료 가격보조지원은 올해까지 한시적인 조치”라며 “내년 이후 보조지원 연장은 장기적인 사용감축 정책과도 배치된다”면서 유기질비료 등의 지원확대를 통해 화학비료 사용감축을 유도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농민단체, 당장 폐지는 반대
농민단체는 화학비료 가격보조를 당장에 폐지하는 것에 대해선 쌀값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농가부담 가중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일정기간 유예를 두고 이 기간에 비료가격차손보전제 부활 등의 대안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005년 정부의 화학비료 판매가격차손보전제 폐지 이후, 비료 가격이 계속적으로 상승해 농업생산비가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쌀 가격에 비해 비료 가격 인상률이 높아 쌀 한가마(80㎏)대 요소비료 한포대(20㎏)의 교환율이 2007년 15포대에서 지난해 하반기는 8포대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한 전농 정책위원장은 “쌀 생산비 가운데 비료비 비중은 5.8% 수준이나 쌀 가격에 비해 비료 가격 인상률이 높아 쌀 목표가격이 인상되지 않는 한 농가손실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제적인 식량부족 사태에 대비해 비료가격차손보전제를 부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료업계, 점진적 보조 축소 원해
비료업계는 맞춤형 비료에만 가격보조를 할 경우 수급이나 원가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현행 보조율 80%를 점차 축소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비료공업협회는 “맞춤형 비료는 소량 다비종의 비율이 증가해 생산성 하락으로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한다”면서 “따라서 현행 보조율(80%)을 점차 축소해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예산확보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화학비료 가격보전 실태=1991년부터 2005년 6월까지는 비료판매가격차손보전제를 통해 가격인상을 최소화해왔다. 이 기간 차손보전액은 1조2,22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는 과다 시비와 친환경농업정책과의 상충 등을 들어 2005년 7월1일 가격차손보전제를 폐지하고, 유기질비료 보전으로 전환했다.
이후 지난해 화학비료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농가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08년 6월 인상분 62.9%에 대해 인상차액의 80%를 정부와 농협이 지원했다. 이에 따라 인상차액 보조액은 지난해는 804억원(정부 402억원, 농협 등 402억원)이고, 올해 상반기 1,992억원(정부 1,140억원, 농협 등 852억원)이다.
한편, 화학비료 사용량은 2000년 ㏊당 382㎏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311㎏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화학비료 소비량은 147만1,000t으로 감소했다.
이종순 기자 jongsl@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