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잠정 타결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일반 농산물의 개방 폭은 한·미 FTA와 비슷한 수준으로 합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냉동·가공농산물의 경우 EU산 관세 철폐 시기가 미국산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가 정부·학계·농민단체 등으로부터 농산물 양허안(개방계획서)을 일일이 대조·확인해 본 결과 오렌지·포도 등은 당초 알려진 대로 한·미 FTA에서 적용됐던 계절관세 방식을 그대로 따왔다.
특히 오렌지 수입 급증을 우려해 감귤에 설정된 계절관세의 경우 관세(현재 50%)를 깎지 않는 시기를 “시설감귤과 〈한라봉〉이 출하되는 5월까지 해 달라”는 감귤농가들의 건의와 달리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로 설정됐다. 또한 EU에 연간 20t의 무관세 쿼터(TRQ·저율관세할당)를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EU산 오렌지는 36만달러어치(245t)가 한국땅을 밟았다.
사과와 배의 경우 품종·당도(브릭스)에 따라 관세 철폐 기간을 달리하는 방식이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도입됐으며, 인삼은 가공 단계에 따라 관세가 크게 차이가 나도록 설계됐다.
또 일부 품목은 신선 상태에서는 미국산과 비슷하게 관세가 철폐되거나 현행 관세를 유지하지만, 냉동이나 가공 상태에서는 오히려 미국산보다 빨리 관세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추·마늘·양파·생강 등의 양념채소류와 오렌지·감귤·포도·토마토 등의 과채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신선 오이·가지·호박·무·양배추 관세는 FTA 발효 즉시 철폐된다.
이와 함께 일정 물량을 넘어서는 수입량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농산물 세이프가드(ASG)가 전분·맥주보리·발효주정·홍삼가공품·사과 등에 도입됐다. TRQ 물량은 2004~2006년 평균 수입액을 기준으로, 이 물량의 100% 안팎에서 정해졌다. 또 전분·맥주보리·오렌지 등에는 관세를 덜 깎는 대신 일정량의 TRQ가 EU측에 제공됐다. 한·미 FTA와 비교해 ASG 및 TRQ 적용 품목은 대폭 축소됐다.
이밖에 개방 회오리를 비켜간 농산물은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쌀관련 16개 품목(HS 10단위 기준)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반해 EU측은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 관세를 5년 내에 없애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면류·장류·식물성액즙·홍삼제품·화훼류 등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애슈턴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달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미타결 쟁점인 관세환급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최준호·남우균·김상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