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쌀 재고문제 해결 및 소비촉진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민간재고 조기 시장격리, 가공용 쌀 소비확대, 쌀 수출 및 해외원조 활성화 등을 주문했다.
◆10만t 왜 격리해야 하나
올 수확기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최소 10만t의 쌀을 시장에서 격리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박현출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2009년산 햅쌀이 본격 출하되는 9월 말까지 2008년산이 15만t 정도 남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단경기 쌀값 하락으로 적자를 본 농협과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산지유통업체가 올 수확기에 매입을 기피하면 가격 폭락 등 혼란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최도일 농협중앙회 상무는 “6월 말 현재 지역농협의 쌀 재고량은 53만t으로 지난해 이맘때의 30만t에 견줘 23만t(76.6%)이나 늘었다”며 “쌀값이 현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지역농협은 648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1% 떨어질 때마다 115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쌀값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올해 수확기 산지쌀값은 지난해에 비해 8%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경우 쌀 소득보전 변동직불금은 3,55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다만 박위원은 “쌀시장 완전개방에 대비하려면 쌀값은 시장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고 정부 개입도 최소화해야 한다”며 시장격리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공공비축용 늘려야 수확기 매입 수월
농식품부는 시장격리 방안으로 두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첫째는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으로부터 10만t을 사들이면, 정부가 향후 발생하는 비용 및 손실을 적정 수준 보전해주는 방안이다. 둘째는 올해 정부의 공공비축용 매입량 37만t 가운데 27만t은 2009년산 햅쌀, 나머지 10만t은 2008년산 묵은쌀을 사들이되 2009년산 공공비축용 매입량 축소분 10만t을 농협중앙회가 부담(매입)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농협은 정부의 둘째 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농협중앙회가 첫째 안대로 매입에 나서게 되면 언젠가 이 물량을 시중에 방출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병원 전남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은 “2008년 쌀 생산량이 1년 전보다 10% 정도 증가한 상황에서 정부의 공공비축물량이 오히려 감소하다보니 지난해 농협은 2007년보다 29만t을 더 매입할 수밖에 없었고, 농협이 민간RPC보다 재고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정부가 최소 10만t을 격리시켜줘야 올 수확기에 농협이 원활하게 매입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민단체 대표로 참석한 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도 “격리 물량이 나중에라도 시중에 풀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학용 한나라당 의원 역시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 주도 아래 과감한 시장격리가 필요하다”며 정부 매입에 무게를 뒀다.
◆격리 시기 빠를수록 효과 커
박현출 실장은 시장격리 시기로 8~9월을 제시했다. 반면 간담회 참석자들은 시장격리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학용 의원은 “앞으로 쌀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양곡 도매상인들이 쌀 매입을 미루는 분위기”라며 “이왕 시장격리에 나설 것이라면 7월 말까지 격리를 끝내야 쌀값 하락폭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도일 상무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격리 효과는 급격히 떨어진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격리 결정 및 발표를 조속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손재범 사무총장도 “8~9월까지 지켜볼 여유가 없다”며 긴급격리를 주문했다.
◆쌀 소비확대 아이디어 봇물
이날 간담회에서는 쌀 소비확대를 위한 다양한 주문과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김주원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은 “신세대 병사들에게 간식용으로 떡을 제공했더니 반응이 뜨거웠다”며 “가공업계에서 쌀라면·쌀건빵 등을 개발해 군납을 추진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백성운 한나라당 의원은 “국가가 주도하는 학교급식과 군대급식에 수입쌀과 수입밀가루가 제공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기업체가 직원들에게 아침밥을 제공할 수 있도록 경제 5단체와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손재범 사무총장은 “학교급식에 쌀 배식을 늘리면 밥과 연계되는 반찬, 즉 다른 농산물의 소비확대에도 도움이 된다”며 “아울러 쌀 수출확대에 앞서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수출창구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출 실장은 “군납·학교급식의 밀가루 식품을 쌀 가공식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며 “쌀 수출업체협의회를 구성해 해외시장 개척 및 마케팅 강화 등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해걸 한나라당 의원은 “학교급식에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의 수입쌀이 쓰인다는 제보가 있다”며 정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최준호·김상영 기자 jhcho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