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곡식과 똥의 순환관계에서 핵심고리는 똥입니다. 똥이 없어도 농사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결국 흙과 곡식은 다 망가질 것입니다.” 똥의 소중함을 거듭 생각하게 하는 책이 나왔다. 전국귀농운동본부 홍보출판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철환씨가 〈시골 똥 서울 똥-순환의 농사, 순환하는 삶〉이란 책을 펴냈다.
똥은 밥을 먹고 나온 찌꺼기다. 하지만 그것이 다시 밥을 만드는 거름이 되니, 밥은 곧 똥이 되고 똥이 밥이 되는 순환의 고리인 셈이다. 환경오염과 생태계의 파괴 문제는 밥과 똥의 순환이 끊긴 데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귀농자를 도우며,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을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는 저자에 따르면 똥이 천한 것으로 여겨지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저자는 “초식문화권에서 살던 우리 조상은 똥을 귀하고 소중하게 다뤘습니다. 오죽하면 ‘밥은 나가서 먹어도 똥은 집에 가서 싼다’고 했을까요”라고 반문한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데 꼭 필요한 거름의 재료로 쓰였기 때문이다.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서양의 똥은 우리 똥과 다르다. 섬유질은 부족하고 가스가 많아, 배설을 도와주는 유산균이 적다. 악취도 난다. 그래서 물로 씻어 버려 눈앞에서 사라지게 해야 했다. 서양의 수세식 변기는 이렇게 탄생했다.
반면 채식으로 섬유질과 유산균이 많았던 우리의 똥은 깨끗했다. 다만 그대로 사용하면 땅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조상은 완전히 발효시켜 거름을 만들어 땅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일종의 순환구조였다.
그 결과 사막화를 막은 것도 똥이란다. ‘서양에서는 100년만 농사를 지어도 땅이 황폐화되거나 사막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견줘, 동양은 4,000년이 넘게 농사를 지어도 왜 사막화가 되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품은 미국 농무부의 한 공무원이 있었다. 그는 한국·중국·일본의 농촌을 1년 가까이 답사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비밀은 세가지였다. 똥, 치수정책, 혼작·간작·윤작 등의 농사법이었다.
저자는 “옛날처럼 자연과 공생하며 순환하는 방식으로 삶을 바꾸자”고 말한다. 그 출발점이 똥의 순환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그럼 미개한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는 반대론자도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원시인처럼 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적인 소재를 십분 활용하고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자”고 강조한다. 주장의 핵심은 “발전이 아니고 순환이며, 획일화가 아닌 다양성입니다. 모든 순환은 똥의 순환으로 시작되고, 다양성은 종자의 다양성으로 완성됩니다.” 저자의 결론이다. 248쪽, 9,000원, 들녘 ☎031-955-7374.
구영일 기자 young1@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