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고추 등으로부터 국내 고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선 수입 고추의 유통경로 추적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관세청이 최근 수입물품 유통이력관리에 관한 고시를 제정한 것과 관련, 고추를 유통이력관리 대상 품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영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고추 유통업자 등이 과태료를 물지 않기 위해선 신고의무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수입 고추의 국내 유통경로 추적이 가능해지고, 유통과정에서의 원산지 둔갑 판매도 근절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맞물려 중국산 고추의 원산지표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철저한 단속과 재발 방지책도 요구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중국산 고추 관련 원산지 위반은 지난해 114건이 단속된 데 이어, 올해도 상반기에만 93건이 적발되는 등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박철재 농협중앙회 원예인삼부 차장은 “중국산 냉동고추는 국내에서 건조 가공 후 국산으로 둔갑되는 사례가 여전하고, 파프리카 색소를 섞은 다대기 등의 유통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불법 행위는 국내 고추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불러올 뿐 아니라 국민건강도 위협하는 만큼 불법·불량 고추를 근절할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불법으로 반입되는 중국산 고추의 잔류농약 등 안전성 검사도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윤종열 농경연 연구원은 “불법으로 반입되는 고추들의 경우 잔류농약이 문제가 될 수 있고, 또 병이나 해충 유입을 막기 위한 세척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국내 고추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뿐 아니라 국민건강도 위협하는 만큼 불법·불량 고추를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근 다른 품목에 ‘심지 박기’를 하는 등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 밀수를 전면 차단하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보따리상의 편법 수입을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다만 ‘농산물품질관리법’ 개정으로 올 11월9일부터 원산지 허위표시자는 농림수산식품부 홈페이지에 명단이 공개될 예정이어서, 원산지 둔갑 판매는 어느 정도 시정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산 고추의 생산비를 지금보다 더 낮추는 등 농가들이 스스로 중국산 고추에 대응, 경쟁력을 높여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배·관리·수확의 전 과정에서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기계화 비율을 높이고 일시 수확형 품종이나 병충해에 강한 신품종의 개발로 노동력 투입을 줄이는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한재희 기자 hanj@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