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출하기에는 일주일에 두번, 그러니까 화요일과 수요일에 수확하는 데 이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외부와 약속도 잡지 않고 사람도 안 만납니다. 오로지 고추만 생각하죠.”
경남 진주시 사봉면에서 〈녹광〉 고추를 재배하는 유호종씨(48). 유씨를 만난 것은 고추 수확이 막바지에 달한 7월의 어느 금요일이다. 이날은 유씨가 방문을 허락한 몇 되지 않은 날 중 하나다. 유씨는 자신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추이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날이 한정돼 있다며 미안해 했다.
유씨는 80m 길이의 1-2W형 연동하우스 17동(재배면적으로 치면 약 1,800평)에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9월 하순~10월 초 정식한 후 11월 말부터 수확하기 시작해 이듬해 7월 초까지 시장에 출하한다. 11년째 진양농협을 통해 서울 가락시장에 전량 출하되는 유씨의 고추는 가격이 좋은 12~1월에는 10㎏들이 한상자에 14만원(특품 기준)을 호가할 정도다.
유씨 스스로 내세우는 최고값 비결은 꼼꼼한 수확·선별작업이다.
대개의 농가들은 수확한 고추를 대충 담아 놨다가 상자 포장할 때 선별한다. 하지만 유씨는 고추를 따낸 직후 바구니에 담을 때부터 크기별로 가지런히 정렬해 놓는다. 그런 다음 상자에 담을 때 색깔과 모양을 중심으로 또 한번 선별한다. 자연스럽게 2차 선별이 이뤄지는 셈이다. “풋고추는 꼭지가 생명입니다. 부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장에서의 높은 값과 직결되죠.” 유씨는 고추를 수확할 때 꼭지를 잡아당기듯이 따지 말고 마디 부분에서 위로 올려 따야 꼭지가 부러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수확이 종료되는 7월 말에는 하우스 내 토양관리에 주력한다. 고추를 뿌리째 뽑아 놓고 하우스 바닥에 물을 채운 후 3일간 밀폐시키는 태양열 소독을 9월 초까지 5회 이상 반복한다. 소독한 다음에는 로터리 작업을 하는데 이때는 볏짚을 섞어 4~5회 깊게 갈아 준다. 밑거름은 한우 축분만을 쓰며 20a(600평)에 5t 정도 뿌린다.
이어 모종을 정식할 때는 포기 사이는 30㎝, 고랑 사이는 110㎝ 정도로 넓게 벌려 충분한 영양 공급을 돕는다. 고추가 자라면 줄을 이용해 유인하는 데 유인작업을 할 때 구부러진 과와 옆순을 함께 제거한다.
온도관리는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특히 신경 쓴다. 여름에는 가급적 하우스 내 온도가 3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6월부터는 홍고추 상태로 출하하기 때문에 온도관리에 그다지 중점을 두지 않는다. 대신 겨울철에는 밤 15℃, 낮 26℃를 유지하도록 애쓴다. 유씨는 “기름값이 오르면서 난방비가 큰 부담이었는데 지난겨울에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고효율 열풍기를 지자체(진주시) 지원을 받아 설치한 결과 유류비를 50%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배움에도 열심이다. 올 초에는 야간대학(진주산업대 원예학과) 3학년에 편입, 지난 6월 첫 학기를 마쳤다. 유씨는 “늦깎이로 시작한 공부가 쉽지만은 않지만, 모르는 것을 배우고 배운 것을 동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011-835-4049.
진주=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