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관광이 여름휴가의 대세로 자라 잡아 가고 있다. 계곡이나 강 등 물가를 끼고 있어 더위를 식힐 수 있는데다 감자·고구마 구워 먹기, 옥수수·고추 수확 등의 체험으로 농촌의 여유와 낭만까지 만끽할 수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특히 올해는 경기침체와 환율강세 지속, 신종플루 발생 등이 겹치면서 일부 지역의 경우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어나는 폭발장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여주에 있는 주록리 팜스테이마을에는 7월부터 도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7월 한달 동안 3,000명이 넘는 도시민들이 다녀갔고 이달 들어서도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이 이곳을 찾고 있다. 대전 유성구에서 온 관주헌씨는 “복잡한 피서지보다 아이들에게 농촌이 주는 풍요로움과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준목 마을 대표는 “이달 15일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라며 “관광객도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주5일 근무 확산으로 주말을 이용한 농촌체험이 도시민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그 여세가 여름 휴가철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올 휴가철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40%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강원지역 농촌관광마을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도내 39개 팜스테이마을 대부분이 여름철 예약을 끝낸 상태다. 강원 춘천 원평리 팜스테이마을 대표인 양찬식씨는 “경기침체로 관광객이 줄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두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충북 보은의 구병리마을도 마찬가지다. 맑은 계곡을 끼고 있는 이 마을은 농산물 수확체험 외에 트레킹까지 할 수 있어 도시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박희정 마을 사무장은 “예년보다 문의전화가 20~30% 늘었다”며 “하지만 수용능력의 한계로 하루 150여명으로 방문객을 한정할 정도”라고 즐거워했다.
80개에 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도시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충북 단양의 한드미마을은 30% 이상 관광객이 늘었다는 평가이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박종학씨(48·경북 구미)는 “농촌관광마을은 저렴한 비용으로 자연을 즐기고 다양한 농촌체험까지 할 수 있어 최고의 휴가지”라고 밝혔다.
농촌관광 붐을 반영하듯 농촌을 찾는 관광객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녹색농촌체험마을과 팜스테이마을을 찾는 총 관광객수는 2005년 193만명에서 2006년 335만명, 2007년 392만명, 지난해에는 462만명으로 늘었다.
향후 전망도 밝다. 농촌진흥청이 3일 발표한 ‘2009 도시민 농촌관광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1.9%가 농촌관광 의향이 있다고 밝혀 농촌관광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햇빛이 강하면 그늘도 있는 법. 농촌관광도 마을별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름철 휴가지로 강이나 계곡을 끼고 있는 마을은 도시 관광객으로 넘쳐나지만 산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곳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마을별 차별화 전략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마련, 적극적인 홍보 등이 요구되고 있다.
농진청 농촌환경자원과 박덕병 연구사는 “농촌관광에 대한 도시민의 만족도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며 “그러나 상대적으로 서비스와 프로그램 등에서는 낮은 점수가 나와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오영채, 여주·수원=최상구, 춘천·
강릉=김철웅, 단양·청주=김기홍 기자 karism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