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인 15일 농촌 현장을 찾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말을 많이 아꼈다. 취임 이후 처음 찾은 농촌을 조심스레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러다가 간혹 “잘하는 곳들을 찾아온 것 같은데, 그래도 우리 농업의 가능성을 봐서 그런지 흥분된다”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이날 곽위원장이 민승규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남성우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대표와 함께 찾은 곳은 충북 진천의 막걸리 양조장과 청원의 다알리아한우농장, 그리고 충남 금산의 웅지양돈농장.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내다 올 1월부터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미래기획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곽위원장은 하루 일정을 끝내면서 “오늘 찾은 농가들 대부분이 생산단계인 1차 산업에 머물지 않고 가공과 관광 등 2·3차 산업으로 발전시키려 하는 데 놀랐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그는 “현 정부 역시 농업이 2·3차 산업과 접목돼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그 대표적 예가 식품 산업을 농식품부로 이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우농장 주변에 화단을 꾸며 초등학교 사생대회를 열고, 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강조했다. 농장 주변에 다양한 꽃을 심고 자비를 들여 사생대회까지 개최한 다알리아한우농장을 두고 한 말이다. 다알리아농장의 한우는 1++ 출현 비율이 45%로 전국 평균 7.5%를 크게 웃돌고 있다.
아쉬운 부분도 지적했다. 식품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 농업정책이 1차 산업에만 치중하다 보니 농가부채만 늘어나게 했다고 언급했다.
곽위원장은 이날 저녁에 찾은 한국벤처농업대학에서 자신의 농업관도 털어놨다. 그는 세계적 석학인 클리퍼드 러셀 미국 밴더빌트대학 교수의 발언을 인용, “농업은 농산물가격만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상쾌함과 산소 공급 등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이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히고 “잘살수록 농업이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1차 산업인 농업만으론 더 이상 발전하기 힘들기에 식품 산업을 붙였다”며 “농업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1~2년 내에 식품 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위원장은 “현 정부는 그 어느 정부보다 농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쯤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곽위원장에 대한 농민들의 요구도 많았다. 다알리아한우농장의 이종범씨는 “조사료로 쓰이는 청보리 재배에 있어 정부 지원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돈농가인 문정우 웅지농산 사장은 “국산 축사시설 자재 품질이 아직까지 외국에 비해 떨어진다”며 정책의 현실성 확보와 인프라 지원에 보다 많이 신경 써 줄 것을 요청했다.
진천·청원·금산=오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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