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에 피죽 한그릇도 못 얻어먹은 듯이 후줄근하던 친구들도…’(심훈, 〈영원의 미소〉 중에서)
며칠을 굶어 처량한 모양새를 설명하는 속담에 ‘사흘에 피죽 한그릇도 못 얻어먹은 듯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제 허기 때문이 아닌 맛과 영양을 위해 피죽을 먹게 될지 모르겠다.
농촌진흥청은 논에 섞여 자라는 잡초가 아닌 먹을 수 있는 ‘피’ 품종을 현대적 기능성 작물로 복원키로 하고, 〈수레첨〉 등 재래종 식용 피 69계통을 올해 100㎡(30평)의 면적에서 시험재배했다고 밝혔다.
재배 결과 생육기간이 3개월 정도로 극조생 벼보다 짧고 산간지나 간척지 등 척박하고 염분이 많은 토양에서도 잘 자라며 생육에 필요한 물 요구량도 적었다는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또한 아미노산의 함량이 많아 구수한 맛을 지니며 무기 영양소로 칼륨과 칼슘의 함량이 다른 볏과 작물보다 많았다.
농진청은 지난해 일본으로부터 돌려받은 한반도 원산 토종 유전자원 가운데 피 종자 수가 워낙 적어 올해는 좁은 면적에서밖에 재배할 수 없었지만, 내년에는 올해 채종 물량으로 재배면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용 피는 조선시대에는 재배면적이 10만㏊에 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대표적인 구황작물이다. 전남 구례의 ‘피아골’이란 지명도 식용 피를 많이 재배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한 작물이었지만, 1960년대 말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쌀 자급으로 인해 식용으로 소비는 거의 없어졌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