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녹비작물 중 하나인 들묵새(사진)가 벼줄무늬잎마름병 확산의 주범일 수 있다는 본지 기사(8월7일자 10면)가 보도된 이후 일선 영농 현장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특히 과수원의 초생재배용 식물로 들묵새를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는 전남과 제주지역 농가들은 이미 심어 놓은 들묵새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해당 지자체의 농업 관련 기관에 문의하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감귤시험장의 한 관계자는 “들묵새만큼 감귤과원에 초생재배용 풀로 효과가 좋은 것은 없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농민신문〉 보도가 나간 이후 제주는 물론 전남지역의 과수농가들로부터 계속 심어도 좋을지를 묻는 질문이 쏟아져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중앙 단위의 농업연구기관도 당황해 하기는 마찬가지. 들묵새를 비롯한 다양한 녹비작물을 선발·보급하는 국립식량과학원은 이번 연구를 주도한 국립농업과학원에 연구 결과를 확인하는 등 실태 파악에 나섰다. 식량과학원은 실태를 파악한 후 벼 바이러스 병해에 취약한 들묵새 대신 콩과 식물인 ‘크림손클로버’를 새로운 녹비작물로 대체 권장할 것을 조만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처음 종자값 지원 대상에 포함된 들묵새가 내년부터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기미도 감지된다. 농림수산식품부 친환경농업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 결과 때문만은 아니지만, 내년부터는 자운영과 호밀·헤어리베치·녹체보리 등 4종류에 한해서만 종자값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는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녹비작물의 국산화를 앞당기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아울러 충남과 전북 등 서해안 지역에서 들묵새가 얼마나 자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서해안 지역 논에서는 들묵새를 인위적으로 재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논둑 등 논 주변에서 상당한 양의 들묵새가 이미 자생하고 있다는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 농업인은 “들묵새의 개화 모습은 매우 화려하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는데 그것을 미루어 보면 상당한 정도의 들묵새가 논 주변에 자생하는 것 같아 정확히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들묵새 파문’이 외래 식물을 국내에 무분별하게 들여오는 것에 대한 경종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식물병리 전문가는 “기후변화에 따라 외래 병해충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외래 식물을 들여오는 데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국내 생태계나 농업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충남 이남의 서해안 지역에서 대량 발생했던 줄무늬잎마름병이 최근 인천 강화지역까지 확산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올 피해면적이 2007년 규모(4,500㏊)를 웃돌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화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19일 “분얼수가 보통 15개인데 피해가 심한 논은 3~4개에 그치고 있으며 출수되더라도 기형이나 쭉정이로 자란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