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력의 고령·부녀화에 따라 무인항공방제기(무인헬기)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 거의 독점 공급되는 일본산 무인헬기의 판매가격과 부품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판매업체가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욱이 조종 미숙으로 추락사고가 잇따르는 등 안전관리체계도 부실, 소비자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실정. 전문가들은 “무인헬기 방제 활성화를 위해 헬기값 등을 적정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면서 “특히 정부와 농협 등의 차원에서 운항 관련 안전규정을 만드는 등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운영 현황=무인헬기는 지난 2004년 6대를 시작으로 지난해 50대까지 점차 늘었다가 올해 농협중앙회의 무인헬기 사업에 힘입어 80여대로 크게 늘었다. 이 헬기들은 현재 60여개 지역농협 등에서 운영중인데, 무성항공이 보급중인 일본산 〈야마하〉가 75대로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국내 업체인 유콘시스템 제품이다. 이밖에 한아에세쓰와 한성티앤아이 등 국내 업체 2곳도 판매를 추진중이다.
농협은 당초 올해 종전의 23대에다 68대를 추가 지원한 뒤 내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매년 100대씩 순차적으로 공급, 500대를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과다한 판매가격=〈야마하〉 헬기는 한대당 판매값이 국내산보다 3,000만~5,000만원 높은 2억원(부가가치세 별도). 정·부조종사 조종 교육비 500만원과 헬기 운반용 1t 특장차량 2,000만원(추정)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야마하〉의 경우 현재 일본에서는 대당 정·부조종사의 조종 교육을 포함해 800만엔(1억여원)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구나 항공기로 분류돼 관세도 물지 않고 들어온다. 때문에 환율과 특장차량을 비롯한 제반 부대시설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50% 이상의 마진을 남기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는 “판매 수량이 적은 사업 초기에는 투자비와 회사 운영 등을 고려할 때 마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야마하〉가 이미 일본에서 대량생산체계를 갖춘 상황에서 지금처럼 보급 대수가 빠르게 느는 점을 감안하면 헬기값을 적정 수준으로 조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투명한 부품대=현재 부품대가 공시돼 있지 않다. 부품값 책정 방식이 투명하지 못해 거품이 많다는 얘기다.
지역농협 관계자들은 “헬기가 떨어졌다면 적게는 1,000만원대, 많게는 4,000만원대의 수리비용은 기본”이라면서 “과다한 수리비도 문제지만, 고치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교체해 청구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마저 든다”고 주장했다.
실제 올해 추락사고를 당한 지역농협 4곳의 견적서를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에게 의뢰, 분석한 결과 재활용이 가능한 메인로터 조정 관련 장치인 스와시플레이트 같은 부품도 교체된데다 부품 판매가격도 관세와 통관 제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일본 현지보다 30%는 더 비싼 것으로 드러나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 전문가는 “환율 등으로 부품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마진율이 일본과 견줘 너무 높다”며 “더구나 국내 기술진들이 무인헬기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불필요하게 교체하는 부품도 있는 것 같아 부품의 국산화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후봉사(AS)에 대한 불만도 높다. 한창 병해충 방제시기인 8월 초에 추락사고를 당한 지역농협의 한 관계자는 “수리기간만 2주일 가까이 걸렸다”면서 “그 기간 동안 방제도 제대로 못하는 등 손해가 컸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허술한 안전관리=무인헬기가 계획적으로 보급되지 않은데다, 조종 교육 부족으로 추락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관리가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무성항공측이 조종능력과 수리서비스 같은 제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무인헬기를 공급한 측면이 있다”며 “이 탓에 잦은 추락사고 등 안전관리가 부실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현재 운항교육도 3주간 이론·시뮬레이션교육과 함께 1인당 20여시간의 실습지도에 그치고 있다”면서 “30~40시간에 걸쳐 실습교육을 하는 일본과 견줘서도 국내 교육시간은 숙달되기에는 짧다”고 말했다.
헬기 전문가들은 “정부와 농협중앙회 등의 차원에서 강제성이 있는 운항관련 안전규정을 마련하고, 판매업체의 안전관리 능력을 높이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무성항공측은 “일본 본사와 함께 경영 및 환율 등을 고려해 판매값을 결정했고, 마진율도 20% 수준”이라며 “때문에 실제로 알려진 것처럼 큰 이윤을 남기는 것은 아님은 물론 소비자의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억 기자 eok1128@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