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협사료가 값을 내린 것은 국제 곡물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는 등 가격인하 요인이 생기지 않았는데도 비상경영을 통한 비용절감에 따른 조치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반 사료업체들은 경쟁업체인 농협사료의 가격인하 조치에 당혹해 하며 일부 뒤따라 값을 내리고 있어 농협사료의 가격 견제 역할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사료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율이 안정을 찾고 있지만 국제 곡물값이 오를 조짐이 보여 대다수 업체가 9~10월 중에 사료값 인상을 검토해 왔다.
실제 국제 옥수수가격은 올 1월 200달러에서 6월엔 240달러로 올라 7월 소폭 내림세를 보였으나 9월 이후 다시 오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두 역시 올 초 420달러에서 6월엔 530달러로 오른 이후 현재 숨고르기를 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업체의 선물구매 가격이 옥수수 1t당 3분기에는 210달러였으나 4분기 도입분은 230~240달러에 계약을 마쳤다”며 “많은 업체들이 원료가격 상승에 따라 사료값 인상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제동을 걸듯 농협사료가 지난 8월7일을 기해 평균 6.4%나 값을 내리자 일반 업체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농협사료가 올해 들어서만도 벌써 네번째(2·4·5·8월) 선도적으로 가격을 내려 연초대비 인하율이 무려 20%를 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농협사료(조합사료 포함)가 일반 사료보다 값은 싸면서 품질은 우수하고 국내 사료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 그동안에도 농협사료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는데, 또 한차례 가격인하 조치가 단행되자 ‘허를 찔렸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는 인상계획을 보류하고 마지못해 값을 내렸지만 대다수 업체는 아직 대책을 세우지 못해 속을 끓이는 형편이다. 김태환 농협사료 기획본부장은 “가격 인하를 발표하자 모 사료업체 임원이 직접 찾아와 따진 적도 있으며, ‘농협사료가 경영을 포기했다’는 비아냥도 자주 들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농협사료는 강력한 비상경영을 통해 원가를 절감, 양축농가 실익 제고를 위한 가격인하를 선도한다는 차원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농협사료는 지난 4월부터 제2의 도약을 위한 비전을 수립하고 관리성 예산 감축, 인건비 절감, 생산성 향상, 제조원가 감축 등 비상경영에 나서 7월 말까지 무려 150억원을 절감한데 이어 연말까지 모두 300억원을 줄일 계획이다.
이병하 농협사료 대표이사는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양축농가들이 실의에 빠진 것을 그냥 바라볼 수 없었다”며 “연말까지 300억원을 절약한다는 전제 아래 이를 미리 양축농가에게 돌려주려는 뜻에서 값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농협사료의 네차례에 걸친 가격인하로 축산농가에 돌아간 수혜액은 모두 1,328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광동 기자kimgd@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