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값이 수소를 중심으로 급격히 오르면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산지 가축시장 상황과 정부당국 및 생산자단체 등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26일 새벽 5시 충남 홍성군 금마면 장성리 ‘홍성우시장’. 5일 만에 시장이 열리자 미리 대기해 있던 트럭에서 소가 쏟아져 나와 계류장을 가득 메웠다. 여기저기서 “음매~” 하는 소 울음과 팔고 사려는 사람들의 흥정 소리로 한동안 시끌벅적대더니 스프레이 페인트로 소 등에 표시를 하는 사람, 돈을 세는 사람, 트럭에 소를 옮겨 싣는 사람들이 속속 보였다.
이날 장에는 한우 큰수소 79마리, 큰암소 122마리 등 큰소만 201마리가 출장, 184마리가 새 주인을 만나 거래 성사율 91.5%를 기록했다. 평균 거래 가격은 생체 1㎏당 암소의 경우 9,064원, 수소는 8,561원으로 600㎏짜리 큰암소 한마리가 543만8,400원, 수소는 513만6,600원에 팔린 셈이다. 지난 7월29일 이 시장의 평균 거래 가격(600㎏ 큰소)이 암소는 486만4,200원, 수소는 410만3,4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달도 채 안돼 암소는 57만원, 수소는 무려 103만원 이상 뛴 것이다.
가축시장 담당인 김종호 홍성축협 대리는 “최근에는 수소가 생체 1㎏당 9,000원대까지 종종 나올만큼 암소보다는 수소 가격이 상승세를 타 이런 추세가 언제까지, 어느 선까지 오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8월들어 수소값 상승세 두드러져
이에 앞서 24일 장이 열린 경북 경주 ‘안강우시장’에서도 한우 수소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안강우시장의 한우 큰수소 거래 가격은 508만원 선으로, 390만원대를 보였던 7월에 비해 무려 110만원가량 뛰었다. 충남 ‘광천가축시장’ 역시 올 들어 7월 중순까지는 한우 큰수소값이 360만~380만원을 유지했으나 7월 말 갑자기 400만원을 돌파하더니 8월24일엔 500만원선을 기록했다.
산지 가축시장마다 한우 큰수소값이 급격히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며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농협 조사에 따르면 한우 큰암소의 전국 산지 시세는 올 1월 460만원에서 6월 475만원에 이어 8월25일엔 502만원으로 연초대비 9.1%가량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큰수소는 365만원에서 493만원으로 35%나 상승했으며, 특히 7월 중순 이후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며 대부분 가축시장에서 한달 사이에 100만원 이상씩 오른 상태다.
●암소 대비 큰폭 상승 ‘기현상’
축산물 유통 관계자들은 우선 한우 고급육의 도매시장 경락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너도나도 거세 비육에 뛰어든 결과 상대적으로 비거세우 사육마릿수가 줄어든 점을 꼽는다. 게다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가 논란에 휩싸여 국내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음식점 원산지표시제와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이 전면 실시되자 한우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한우의 최대 성수기인 추석 이후에도 당분간 산지 소값은 수소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란 말이 자주 들리는 실정이다.
김만식 축산기업조합중앙회 예산군지부장은 “이력추적제와 음식점 원산지표시제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수입소는 물론 육우·젖소·교잡우까지 꺼리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유통업자들의 한우 구매가 늘었고, 특히 암소보다 값은 조금 낮으면서 수율이 높은 비거세 수소가 인기를 끌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성군 장곡면에서 한우를 사육하는 김용일씨는 “최근 생체 1㎏에 8,800원(600㎏ 환산시 528만원)을 받고 수소 한마리를 팔았지만 밑소 구입비와 사료값 등을 감안하면 별로 남는 게 없다”며 “지금보다 더 올라야 사육 농업인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입 부추길 것” 부작용 걱정도
하지만 산지 소값이 강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수소값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송아지 입식 바람이 거세지고 있고 ▲번식농가들의 송아지 생산 의욕을 자극시켜 번식용 암소값을 동반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고 ▲한우 송아지 과잉생산에 따른 사육마릿수가 늘어 ▲쇠고기 공급과잉 ▲소값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서 한우 60마리를 사육하는 김창섭씨는 “당장 큰수소 10마리를 출하할 계획인데, 소값이 더 오를 것 같아 시장동향을 살피는 중”이라며 “소값이 오르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솔직히 걱정도 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유통업체에 한우를 전문으로 납품하는 주식회사 건화의 김현진 주임은 “산지값 만큼 고기값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 난감하다”면서 “갑작스런 한우값 상승이 짧게 보면 농업인에게 이익이 될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산 소비 감소와 수입을 부추기게 돼 결국 생산농가가 피해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성호 농협중앙회 축산유통부 차장은 “현재 한우가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시장상황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속단할 수 없다”면서 “현재 신규로 한우 입식을 준비중인 사람은 2년 후쯤 소값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면밀히 따져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성=류수연, 김광동 기자 kimgd@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