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 2만1,538㎡(6,527평) 중 109㎡(30평)에, 그것도 수확도 하지 않은 1년생 묘목이 있는 밭에 제초제를 조금 뿌렸을 뿐인데 포도밭 전체에 대해 친환경인증 취소라니…. 너무 억울하고 막막합니다.”
경북 경산시 남산면 전지리에서 30년째 거봉포도 농사를 짓는 석진태씨(60). 석씨는 요즘 일이 통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심지어 정신적·육체적인 충격으로 응급실로 실려가기까지 했다. 이유는 지난 5월 석씨의 포도밭이 친환경인증 취소를 당했기 때문.
석씨는 지난해 과원의 일부인 2,046㎡(620평)에 묘목을 갱신했다. 저농약인증을 받았지만 아직 수확하지 않는 1년생만 있는 109㎡(30평)에 저독성 제초제를 조금 뿌렸다. 그런데 그것이 빌미가 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 경산출장소로부터 포도과원 전체가 인증 취소를 받게 된 것.
이때문에 지난해만 해도 백화점과 대형 마트, 학교급식에 납품됐던 석씨의 거봉은 친환경인증이 취소된 올해부터 판로가 완전히 막혀 버렸다. 석씨가 더욱 절망하는 것은 2016년 저농약 인증 폐지를 앞두고 2010년부터 신규 진입이 안되는 것이다. 친환경인증을 위해 쏟았던 수십년의 노력이 한순간의 실수로 물거품이 된 상황이 석씨에겐 청천벽력과 같았다.
석씨는 “수확하려면 아직 3년이나 남아 제초제를 써도 될 줄 알고 조심스레 사용했는데 이런 결과가 생길 줄 몰랐다”며 “제초제를 사용한 해당 필지가 아닌 포도원 전체를 인증 취소한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내년부턴 저농약 인증을 받을 수조차 없기 때문에 석씨의 정신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농관원 경산출장소는 “친환경인증에 필요한 의무사항을 위반한 경우 인증 취소를 할 수밖에 없다”며 “엄격한 인증 시스템이 무너지면 소비자들이 친환경농산물을 신뢰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경산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석씨처럼 잘 알지 못하고 한 실수에 대해서는 전체 필지가 아닌 해당 필지만 취소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며 “특히 내년부턴 저농약인증 신규 진입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에 석씨같은 처지에 놓인 농가를 구제할 지침이나 시행규칙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산=유건연 기자 sower@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