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산 벼의 정부 공공비축 매입 시작에도 불구하고 산지 쌀값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 수확기 산지 쌀값 안정을 위해 공공비축 매입량을 늘리는 등 정부의 시장개입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9월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 한가마에 14만6,97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1%가 떨어졌고, 조곡 40㎏ 한가마 가격은 4만6,294원으로 지난해 동기 5만5,849원보다 17.1%(9,555원)나 급락하는 등 산지 쌀값 하락세가 쌀값 대란이 발생한 2005년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1일 수확기 산지 쌀 수급안정을 위해 벼 매입자금을 1조원 규모로 늘리고 농협중앙회도 지난해 수준으로 산지조합에 대한 벼 매입자금을 지원토록 해 모두 242만t(이하 정곡 기준) 정도를 사들여 생산량의 50% 이상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는 공공비축 벼 매입량은 올해 37만t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3만t이 줄어들었고, 벼 매입자금을 1조원으로 늘렸다고 하지만 증액된 규모는 5만t 정도를 더 살 수 있는 800억원 규모에 불과해 너무 안이한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수확기 산지 쌀값 안정을 위해 벼 매입량을 크게 늘렸다가 수백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산지 농협에 지난해 수준의 벼 매입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도 정부가 공공비축 물량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산지 쌀값 14만원대 진입 2005년보다 한달 이상 빨라=정부가 15일 기준으로 발표한 산지 쌀값은 80㎏ 한가마에 14만6,976원으로 지난해 동기 16만1,744원보다 9.1%가 떨어졌다. 이 같은 산지 쌀값은 8월15일 15만1,412원에서 한달 만에 4,436원이나 떨어져 같은 기간 5,528원의 낙폭을 기록한 지난 2005년의 악몽 재연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올해 산지 쌀값은 이미 지난 8월25일 기준으로 80㎏ 한가마에 14만9,800원을 기록, 14만원대 진입이 2005년보다 한달 이상 빨라 수확기 산지 쌀값의 가파른 하락세에 대한 우려감을 높여 주고 있다.
더욱이 수확기 산지 쌀값과 직결된 조곡의 큰 낙폭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9월15일 기준 산지 40㎏ 조곡 한가마 가격은 4만6,29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5,849원에 비해 무려 17.1%나 떨어졌다. 특히 조곡 가격 하락은 충남 20.2%, 전북 18.2%, 전남 17.7% 등 쌀 주산지를 중심으로 낙폭이 커지고 있다.
◆공공비축 매입 왜 늘려야 하나=아직 9·15 작황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생육조사 등을 통해 올해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20만t 정도 줄어든 460만t 안팎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지난해는 단경기 쌀값 안정을 위해 2009년 양곡연도 재고에서 미리 20만t을 소비해 결과적으로 쌀 생산량은 지난해와 올해가 별 차이가 없다.
반면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정부의 공공비축 물량이 3만t 줄고, 해마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 감소에 따른 5만t 증량 효과에다 쌀 최소시장접근(MMA) 물량 2만t 증량만 더해도 늘어나는 물량이 10만t에 이른다. 여기다 9월 말 기준 농협의 2008년산 이월재고 물량만 7만3,000여t에 달하고 지난 8월 정부가 농협중앙회를 통해 사들인 2008년산 10만t 역시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소진해야 해 상황은 지난해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 산지의 분석이다. 이는 산지의 2008년산 조곡 가격 급락이 증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민단체들의 정부 공공비축 벼 매입량 증대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한농연과 한여농은 22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공공비축 벼 매입량을 올 계획물량에서 20만t 이상 늘려 2005년 수준인 58만t 규모로 확대하지 않으면 수확기 쌀값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농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쌀 수확기 산지 쌀시장은 정부의 입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정부가 9·15 작황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정확한 물량을 말하기 어렵다면 시장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다는 분명한 의지라도 조기에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형수 기자 hsha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