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의 큰 명절인 한가위를 앞두고 70종의 전통술이 선보여 애주가를 비롯해 전통음식 연구가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소장 윤숙자)는 25일 연구소에서 옛 문헌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술을 재현, 전시·시음회를 열고 ‘우리술 세계화’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현재 〈수운잡방〉과 〈양주방〉 등 옛 문헌을 통해 전해지는 전통술은 90여종의 순곡주를 비롯해 탁주·청주 등 100여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소곡주·집성향주·하향주 등의 순곡주는 쌀과 누룩만으로 빚는 것이 특징으로 쌀 소비에도 한몫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선보인 전통술은 이름이 다양한데 저마다 뜻이 있다. 겨울에 빚어 여름까지 마신다는 ‘동하주(冬夏酒)’, 아무 때나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의 ‘무시주(無時酒)’, 마시기 아깝다는 뜻의 ‘석탄주(惜呑酒)’ 등 선조들은 술 이름 하나 짓는데도 의미를 부여했다.
허시명 술 품평가는 “옛 문헌을 바탕으로 전통술을 고스란히 재현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 “유럽의 ‘하우스맥주’처럼 전통술을 맛볼 공간이나 기회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관람객의 눈길을 끈 것은 ‘이화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요플레처럼 떡먹는 술로서, 술밥(쌀)을 찔 때 솥에 물을 부을 뿐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게 특징. 옛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갈 때 휴대하기 간편해 식사대용으로 이용했다는 기록이 더욱 관심을 끌었다.
또한 ‘집성향주’는 당도가 25%에 이를 만큼 달착지근한 맛이 이색적이다. 게다가 쌀 10㎏을 빚어야 겨우 300㎖의 집성향주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에 관람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상균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전통주분과위원장은 “전통술은 품질 좋은 누룩을 얼만큼 적당량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술맛이 결정된다”면서 “요즘 젊은이들이 누룩향을 싫어하기 때문에 누룩내가 나지 않으면서 맛을 살려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단호박과 자색고구마를 각각 주원료로 사용한 ‘단호박막걸리’과 ‘자색막걸리’도 인기를 끌었다. 와인처럼 은은한 빛깔을 띠는 이들 술은 전시회를 통해 기능성 술로 개발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오현식·사진=이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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