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의 석면 슬레이트지붕만큼은 시급히 해결해야 합니다. 주민 건강과 직결되는 이 문제를 제쳐 두고 농어촌의 삶의 질을 이야기하는 것은 안됩니다.”
장화익 이장(63·경북 영천시 금호읍 대곡리)은 “새마을운동 때 정부의 지원으로 지은 슬레이트지붕은 그 위험성이 많이 노출된 만큼 이제 정부가 나서 철거를 지원해야 한다. 도시에 나간 마을의 자녀들도 이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리며,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석면.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대거 교체된 슬레이트지붕에 석면이 10% 안팎 함유돼 있다는 소식을 접한 농민들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농어촌의 삶의 질을 이야기하면서 슬레이트지붕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농어촌 주택의 본체만 해도 40%가량이 석면 슬레이트지붕일 정도로 건강에 ‘위협’을 주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환경부·농림수산식품부 등 13개 부처·청이 지난 7월 범정부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확정·발표했는 데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반증한다는 지적이다. 농업인 윤석호씨(61·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평창리)는 “정부와 지자체가 슬레이트지붕을 빨리 제거해야 한다”며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주민 스스로 슬레이트지붕을 걷어낼 수 있도록 처리기준 완화 등 제도적인 보완장치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석면 슬레이트지붕 철거 문제는 환경부가 준비하고 있다. 다만, 농어촌 주택 개량을 통해 석면 슬레이트지붕을 빨리 제거할 수 있도록 주택개량사업을 올해 7,000동에서 내년에는 8,000동으로 확대하기 위해 예산을 신청해 둔 상태”라고 밝혔다.
또 주무부처인 환경부 관계자는 “농어촌 슬레이트지붕 실태조사 등에 대한 용역을 의뢰해 놓았다. 내년에 그 결과가 나오면 관련 예산 신청은 물론 효율적인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범정부적으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하면서도 내년에 예산 신청을 하겠다는 계획은 이 사안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동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삶의 질을 이야기하려면 위해물질인 석면 슬레이트지붕부터 해결해야 한다. 농어촌의 슬레이트지붕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예산을 세워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야 할 것”이라며 “특히 농어민들의 건강과 관련된 절박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실태 파악 등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인석 기자 ischo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