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가(假)서명했다. 가서명은 법률검토를 끝내고 협정문을 확정하는 절차로, 이후부터는 협정문을 고칠 수 없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애슈턴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협정문 가서명식을 가졌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는 “영어로 작성된 협정문을 한국어와 EU 회원국이 사용하는 22개 언어로 번역한 뒤 내년 1분기에 정식 서명할 예정”이라며 “국회가 비준동의안을 상반기 중으로 처리하고 EU 이사회가 잠정 발효권을 활용하면 내년 하반기에 FTA가 발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농축산물시장 잠식을 우려한 농업계의 반발과 일부 시민단체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국내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협정문에 따르면 EU의 최대 관심 품목인 냉동·냉장 삼겹살은 1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고, 낙농품은 관세가 장기간에 걸쳐 철폐되는 대신 무관세 쿼터를 EU에 내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EU FTA 발효로 국내 농축산업이 15년간 2조2,000억~2조7,000억원의 생산액 감소 피해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피해액의 94%가 축산업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정식서명이 이뤄지면 축산분야 피해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는 농축산물 수출과 농업보조금 두 분야에서 모두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