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에 수백만원이 넘는 프랑스 와인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은 그만큼 값어치가 있다고 여기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가 잘된다고 허투루 양만 많이 만들어 팔거나,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 상표를 도용해 형편없는 제품을 유통시킨다면 명성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지리적표시제’다. 그 지역 천혜의 자연조건과 품종 및 재배·가공 방법 등 생산자의 품질관리 노력이 빚어낸 명성과 품질을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엉뚱한 사람이 해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을 뿐 아니라, 권리자가 정성을 다해 생산한 농식품을 공인해 줘 소비자들이 쉽게 식별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에선 이미 100여년 전부터 논의돼 왔고,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약(TRIPs)에 채택되면서 국제무역질서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계기로 주요 의제였던 지리적표시제를 활성화해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생산자단체의 반응은 싸늘하다.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 지리적표시 등록을 하더라도 가격 차별화 등 실질적인 혜택이 거의 없는 탓이다. 소비자도 원산지표시제와 구별을 못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 그리고 장기적인 추진전략도 없는 형편이다.
윤덕한 기자 dkn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