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떡은 언제까지나 빈대떡입니다. 빈대떡을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명목으로 ‘코리안피자’로 바꿔 부르는 것은 잘못한 것이며, 바로잡아야 합니다. 본래의 맛과 레시피를 무시하고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빈대떡을 세계화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전 문화부 장관)는 최근 서울 양재동 aT(에이티)센터에서 열린 ‘문화예술과 한식의 만남’ 심포지엄 기조강연에서 “한식은 우리 선조들의정신·마음 등이 깃든 전통음식이자 문화”라며 “음식과 문화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일찍부터 나물문화가 발달했다”면서 그 근거를 단군신화에서 찾았다. 그는 단군신화에서 곰이 마늘과 쑥을 먹고 인간이 됐다는 것은 풀(쑥)이 나물로 이용됐음을 함의하며, 이는 곧 나물문화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치·간장 등 발효음식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나라는 ‘우리’”라며 “이 덕분에 어느 나라 건축에도 찾아볼 수 없는 장독대가 있다”면서 문화부 장관 당시 주한 외국인들에게 장독대문화를 소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교수는 “세계가 패스트푸드에서 슬로푸드로 가는 과정에서 나물 위주의 자연친화적인 우리 음식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며 “멋과 맛이 깃든 우리 음식이 머지않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현식 기자 hy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