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장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추석 이후 한달여가 지나고 있지만 과일값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추석 직전에 비해 시세는 더 떨어지는 모습이다. 과일장 침체 원인과 전망을 알아본다.
◆가격 평년치 밑돌아
품목에 관계없이 시세가 좋지 않다. 본격 출하를 앞둔 노지감귤이나 추석 때부터 출하가 늘어나기 시작한 단감 등 추석 이후 장세를 주도해야 할 과일들도 평년 가격을 밑도는 수준이다.
노지감귤의 최근 가락시장 거래가격은 10㎏ 상품 1만2,000원 안팎. 품질에 따라 1만원도 안되는 상품도 적지 않다. 평년 이맘때 거래가격이 1만5,000원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000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단감 〈부유〉도 1만5,000원 안팎으로 2만원가량이던 평년에 비해 크게 낮다.
사과와 배도 좋지 않다. 사과 〈후지〉는 15㎏ 상품 2만7,000원 선으로 평년에 비해 5,000원 이상 낮고 배는 15㎏ 상품 2만원 안팎으로 평년에 비해 크게 낮을 뿐 아니라 가격 하락으로 산지폐기까지 했던 지난해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생산량 늘고 소비는 줄고
배를 제외한 대부분 품목은 생산량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노지감귤은 지난해에 비해 26% 늘어난 65만4,000t, 사과는 7% 늘어난 50만5,000t으로 예상된다. 생산량이 증가한 만큼 시장 출하량도 늘었고,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감귤의 경우 최근 들어 가락시장 하루 출하량이 400t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100t 이상 많은 양이다.
소비 감소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배의 경우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5% 감소했고 가락시장 출하량도 하루 60~70t으로 절반 수준인데도 가격이 지난해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은 소비 감소 말고는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가락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명절 때도 아닌데 중도매인 점포에 과일 재고가 쌓여 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판매실적이 워낙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가 줄고 가격이 떨어지자 산지거래도 둔화된 상태다.
김학군 경남 거창 NH유통 팀장은 “예년 이맘때에는 사과물량을 확보하려는 산지유통인들로 북적였는데 올해는 〈후지〉 수확기가 다가왔는데도 산지유통인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출하량 조절·철저한 선별 필요
생산량은 많고 소비는 줄어든 상태인 만큼 뾰족한 대안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다만 품질이 좋은 상품은 저장에 들어가는 등 출하량 조절을 통해 시세를 지지하고 철저한 선별로 더 이상의 시세 하락을 막는 등 기본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석철 가락시장 서울청과 경매차장은 “시세가 낮고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 철저하게 선별한 상품을 출하해야 한다”며 “그것이 당장의 시세를 유지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시장에서 좋은 평판을 얻게 해 이후 시세가 오름세를 보일 때 남들보다 더 좋은 가격을 받게 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