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가미 시장을 급속히 파고들던 밥쌀용 수입쌀이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양곡업계에 따르면 올해 밥쌀용으로 한국땅을 밟은 수입쌀은 모두 6만3,055t. 이 가운데 5일 현재 2만4,261t(38.5%)만 판매됐고 나머지 3만8,794t은 aT(에이티·농수산물유통공사) 비축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다. 태국쌀만 반입량 2,000t이 모두 팔렸을 뿐, 중국쌀과 미국쌀은 각각 3만350t과 8,445t이 남았다. 수입쌀 공매가 수확기까지 이어진 적은 올해가 처음이다.
최익창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국내산 재고가 워낙 많은데다 원산지표시제 영향으로 식당에서 수입쌀 이용을 꺼린 게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밥쌀용 수입쌀의 주요 소비처는 식당과 단체급식용이 68.5%로 가장 많고, 가정용 15%, 떡이나 김밥용 16.5%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aT는 판매가격을 잇달아 낮췄지만, 낙찰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20㎏ 한포대의 낙찰가격은 지난해 3만원에서 올해 2만2,000~2만3,000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수입원가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가격이다. 양곡업계의 한 관계자는 “aT가 수입쌀 한포대를 팔면 1만원가량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입쌀 부정유통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올 들어 밥쌀용 수입쌀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켰다가 적발된 업체는 21곳(미표시 1곳 포함)에 달한다. 특히 그동안 소규모로 이뤄지던 부정유통이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다.
박용상 서울 양곡도매시장 중도매업협회장은 “밥쌀용 수입쌀 공매가격은 국내산 도매가격의 60%에 불과하다”며 “그러다 보니 둔갑유통에 대한 유혹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