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막걸리 열풍은 대단했다. 막걸리 생산과 소비 신장률이 40%에 달했고 수출도 30%가 늘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올해 10대 히트상품에서 막걸리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낡은 제조시설을 바꾸고 품질을 차별화·고급화해야 하며 내수시장 활성화 및 세계화를 위한 제도 정비 등 산적한 현안이 수두룩하다. 17일 국회 이낙연 농림수산식품위원장과 정장선 지식경제위원장은 의원회관에서 ‘막걸리 세계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막걸리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막걸리업체 ‘빈익빈 부익부’=이동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11월 aT(에이티·농수산물유통공사)가 실시한 일제조사 결과, 전국에 막걸리 제조허가를 받은 업체는 778곳이며 현재 533곳이 가동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조사에 응답한 522곳의 현황을 보면 3,000㎘ 이상 규모가 20곳이었으며 10㎘ 미만도 57곳에 달했다. 이들 업체의 지난해 연간 생산량은 25만㎘, 매출액은 1,862억원이었다. 가동일은 평균 257.8일이었으며 가동률은 53.7%에 그쳤다. 전체 생산량 가운데 상위 8곳이 48%(11만9,000㎘)를, 20곳으로 확대하면 67%를 차지했다. 따라서 업체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7개 업체의 연간 매출액이 622억1,400만원인데 비해 경남 91곳의 매출액은 52억2,200만원에 불과했다.
◆막걸리 원료 대부분 수입쌀이나 밀=522개 업체가 사용한 막걸리 원료는 쌀·밀 등 4만3,849t이었다. 업체 평균 수입밀이 58.4%로 가장 많았고 수입쌀 최소시장접근(MMA) 물량분 23.8%, 국산쌀 13.6% 순이었다.
276곳(52.9%)이 판매 부진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는데 대부분 200㎘ 미만의 소규모 업체(247곳)들이었다. 이밖에 126곳(24.1%)이 원료비 상승, 61곳(11.7%)이 시설 노후화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시설비(73곳)나 홍보(43곳), 원료 구매(40곳) 지원을 건의하는 업체가 많았으며 대기업 진입 제한, 원료 사용 완화, 가공용쌀 공급자격 완화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장기적 육성전략 필요=막걸리가 우리 농산물을 원료로 한 고급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법적 뒷받침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제조규제 완화 등 제도 정비에 나서고 산업기반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과 교육, 그리고 제조업체에 대한 시설 운영자금 지원 등 경영 개선을 추진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송자 신라대 막걸리세계화연구소장은 제품별 기능성 연구와 제조방법의 과학화를,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일본식 누룩인 입국이 아닌 우리 전통의 양조기법으로 만든 막걸리로 차별화할 것을 강조했다. 또 이학교 한경대 교수는 품질인증 기준 마련과 원산지표시·홍보판촉 등의 강화를, 김계원 국순당 연구소장은 원료·제조방법·유통·포장의 고급화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방문규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유통정책관은 “최근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전통주 등의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의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막걸리산업 활성화를 위해 발굴한 다양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인 기자 sile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