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연말연시는 누구에게나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늘 이맘때면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다를 찾고 산에 올라 해넘이와 해맞이를 하며 마음속 묵은 앙금을 비우고 새 소망을 담는지 모른다. 전국 곳곳에서 색다른 감흥을 전해 줄 해넘이·해맞이 명소들이 기다리고 있다.
●기축년 마지막 낙조, 궁평·제부도
경기 화성 남양반도 서쪽 끝에 있는 궁평리해수욕장에는 2㎞의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백사장 뒤편으로 100년 된 해송 5,000여그루가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낸다. 해송과 석양이 어우러져 ‘화성 팔경’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다.
제부도의 낙조도 일품이다. 하루 두번 썰물 때 바닷길이 열리는데, 물 빠진 갯벌 사이의 도로를 따라 제부도를 왕래할 수 있다. 이밖에 시화방조제나 인천 강화군 화도면 장화리의 ‘낙조마을’에서도 해넘이 장관을 볼 수 있다.
●장엄한 강릉 정동진 일출
강원 강릉 정동진 하면 해안가에 외로이 서 있는 소나무와 해변과 맞닿아 있는 조그만 기차역이 먼저 떠오른다. 과거 텔레비전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가 남긴 아스라한 잔상이다. 정동진의 일출은 그 오래전 추억에 한겨울 동해 바다의 거센 파도가 풍기는 강렬한 인상이 더해져 전국 해돋이 명소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힌다. 탁 트인 해변, 짙푸른 파도 위로 용솟음치는 일출은 대자연의 숭고함과 장엄함을 느끼게 한다. 일출과 더불어 통일공원, 정동진·금진·심곡·옥계항, 금진온천 등 주변에 볼거리·즐걸거리가 즐비해 연말연시에는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다.
●거북배 선상에서 맞는 황홀한 일출
한반도 최남단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에서 새해 일출을 맞이하는 것은 색다른 감흥이 있다. 그림 같은 바다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해를 우리나라 땅 끝에서 본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특히 땅끝마을에서는 일출뿐만 아니라 일몰도 함께 볼 수 있어 1박2일 여행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또한 땅끝마을에서는 12월31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30분까지 해넘이제를 시작으로 다음날 새벽 해맞이 행사 등 밤새 다채로운 행사와 이벤트가 벌어진다. 이와 함께 해남군은 관광객들에게 황홀한 땅끝마을의 일출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거북배를 띄운다.
●서정적인 당진 왜목마을 일출
충남 당진 석문면 교로리의 왜목마을은 서해안에서 몇 안되는 ‘해 뜨는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서해 남양만 끝부분에 자리한 왜목마을은 해안의 지형이 특이하게 갈고리처럼 툭 튀어나와 있는데, 그 방향이 동쪽을 향해 있기 때문에 서해에서 보기 힘든 바다 일출을 볼 수 있다.
마을 뒤 석문산에 오르면 일출 광경이 더 매력적이다. 석문산에서는 일몰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12월31일~1월1일에는 해넘이와 해돋이 축하공연이 펼쳐진다. 돌아 나오는 길에 삼길포, 석문방조제, 대호방조제, 성구미포구 등도 들러 볼 만하다. 삼길포로 가는 길 주변에서는 가창오리떼의 군무가 장관이다.
●서울의 해맞이는 아차산서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은 아차산이다. 광진구는 1월1일 아차산 해맞이 광장과 등산로 일대에서 해맞이 축제를 연다. 해맞이 광장에서는 새해 소망을 빌며 대북을 치는 가운데 액운을 날려 보내는 소망연 날리기 행사가 열린다. 등산로에는 새해를 상징하는 호랑이 인형과 얼음조각이 세워지고 300여개의 청사초롱이 해맞이 시민의 발길을 비춘다. 운수대통 발도장 찍기와 가훈 써 주기, 소원지 적기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된다.
●새해맞이 알몸 달리기, 강릉 경포호수
알몸으로 칼바람이 부는 호숫가를 달리고 바닷물에 뛰어들며 남다른 각오를 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강릉 경포호수 마라톤클럽 회원들은 새해 첫날 일출 시각에 맞춰 ‘새해맞이 알몸 달리기’로 새해를 맞는다. 이들은 경포호수 한바퀴(4㎞)를 달린 후 경포 백사장에서 새해 소망을 기원하며 일출을 감상한다. 또 바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로 구성된 강릉의 ‘바다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도 새해 첫날 차가운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하며 힘찬 한해를 기원한다. 사진제공=당진군, 경기관광공사
이경석·오현식 기자 ksle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