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인년의 우리 농업·농촌은 여전히 뜨거운 이슈를 쏟아 낼 전망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산 등 개방의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쌀시장 관세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지난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농협법’ 개정 역시 수많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그나마 농어촌 주민이 최소한 정부로부터 받아야 할 공공서비스 기준이 제정, 시행될 예정이어서 농업인들의 기대를 일정 부분 만족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 서비스 기준 제정…주거·교육·복지 등 세부 방안 마련
2010년은 농촌에서의 삶의 질이 한단계 높아지는 해로 기록될 것이다.
농어촌 주민들이 최소한 누려야 할 공공서비스 기준안이 제정돼 상반기 안에 세부운영 방안이 마련되고 2011년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전국의 모든 농어촌 주민들은 30분 이내에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112 신고 때는 경찰이 5분 안에 현장에 도착하게 된다.
또 읍지역 가구의 절반이 도시가스를 사용하고, 초·중·고교 학생의 70%는 방과후 학교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농어촌 서비스 기준은 ▲주거 ▲교육 ▲교통 ▲보건의료 ▲사회복지 ▲응급 ▲문화여가 ▲정보통신 등 8개 분야 31개 항목에서 농어촌 주민들이 생활하는 데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시설과 서비스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농어촌 서비스 기준을 포함한 ‘제2차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5개년 기본계획’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시행된다.
예산도 1차 계획보다 55% 증가한 34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개방 압력 가속화…‘DDA 협상’ 연내 최종타결 촉각
무역장벽을 허무는 대표적인 국제협상은 153개 나라가 참여하는 도하개발아젠다(DDA), 그리고 두나라 또는 일정한 지역에 있는 나라들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FTA) 두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2010년은 DDA 협상의 운명을 결정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이미 농업분야에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수출국과 수입국간 입장차이가 많이 좁혀진 상태다.
이에 힘입어 세계무역기구(WTO)는 3월 말까지 관세와 보조금 감축 방식을 정하는 세부원칙을 확정 짓고, 연말까지는 DDA를 타결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부원칙이 타결되면 각국은 이에 걸맞은 시장개방계획서(C/S·국가별 양허표)를 WTO에 제출, 이해당사국들의 검증이 끝나면 DDA 협상은 종결된다.
다만 개도국 우대조항에 대해 불만인 미국이 DDA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까지 겹치면서 DDA가 장기 표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FTA는 캐나다·호주·뉴질랜드와의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미 타결된 ‘한·유럽연합(EU) FTA’와 ‘한·미 FTA’는 국회 비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며, 인도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세파)은 이달 1일부터 발효된다.
이와 함께 한·중·일 정상은 상반기에 정상회담을 갖고 FTA 타당성을 연구하는 산·관·학 공동연구 개시를 선언할 예정이다.
●농협법 개정…국회 입법과정 치열한 공방 예고
농협중앙회를 ‘연합회-2개 지주회사(농협경제, 농협금융)-자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놓고 국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모든 지혜’를 동원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은 정부 입법 과정에서 농협안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중앙회 명칭과 개편시기 ▲부족자본금 지원 규모 및 대상·방식 ▲조세 및 농협보험의 특례 인정 등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최대한 반영시킨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월 임시국회에서 농협법 개정안을 놓고 정부와 국회·농협 사이에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사업구조개편 내용을 담고 있는 이번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곧바로 농협개혁 3단계로 지칭하고 있는 ‘경제사업 활성화’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다. 1단계는 지배구조개편으로 농협법 개정을 통해 지난해 12월10일 발효됐다.
또 상호금융분리를 위한 연구용역을 법 시행 후 1년 이내에 실시할 것을 추진하고 있어 농협개혁은 2010년 내내 뜨거운 이슈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쌀 관세화 논의 본격화…정부, 상반기 농민단체와 협의 시작
지난해 쌀 풍작에 가려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쌀시장 관세화 문제 역시 2010년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정부는 매년 2만t씩 증가하는 최소시장접근(MMA)물량이 국내 쌀 수급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 2011년엔 쌀시장을 관세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상반기에 주요 농민단체와 전국 순회토론회를 열고 관세화 논의에 대한 불을 지핀다는 계획이다.
관세화 전환을 위해서는 WTO 사무국에 관세율 등 세부내용을 관세화 전환시점 3개월 전까지 통보해야 한다. 이를 역산하면 9월 말까지 ‘농업계 의견수렴→정부 전달→정부 입장 정리→WTO 통보’ 등의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렇지만 ‘관세화 전환이 DDA 협상에서 우리나라의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만큼 정부와 농민단체가 섣불리 관세화 전환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저탄소 녹색성장…식물자원 에너지화 등 본격 실행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저탄소 녹색성장’이 농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는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해 10월 바이오매스(옥수수 전분 등 식물자원)의 에너지화, 탄소흡수 녹색공간 확대 등 9개 추진전략을 마련한 데 이어, 2010년부터는 이를 실행단계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경유와 비교해 난방비를 최대 70% 줄일 수 있는 지열·목재펠릿(압축목재 연료) 등 신·재생에너지 난방시스템을 내년부터 농가에 보급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2013년까지 농산어촌 주거용 유류 사용량의 7%(37만t), 시설원예 난방기의 20%(50만t)를 목재펠릿으로 대체하고, 유리온실에도 지열 냉난방을 도입한다.
또 가축분뇨를 자원화·에너지화할 수 있는 시설도 지원해 현재 85%인 가축분뇨 자원화율을 2013년까지 9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오영채·김상영 기자 karisma@nongmin.com